올해 42살이 되었고 그것마저도 곧 끝나가는 필자는
26살 6월에 첫 직장에 들어갔으니
(그해 8월에 졸업)
직장 생활 15년차가 되었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첫 직장은 전형적인 제조업 기업이었는데요
부장님 옆으로 과장님 두 분
과장님 옆으로 대리님이 각각 한분씩
대리님 옆에 주임님이 각각 한분씩
주임님 옆에 선배 사원이 각각 한분씩
그리고 저와 다른 신입사원이 각각 한 명씩 앉아 있는
그런 회사였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부장님과 저와 거리가 멀어서
부장님이 저를 부르면 굉장히 큰 소리로 대답을 했어야 했어요
달려가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죠
부장님은 항상 아침에 출근하시면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주무셨는데
점심 먹으러 갈 때쯤 돼서야 일어나곤 하셨습니다
대부분의 일들은 과장님과 대리님이 다했어요
주임님까지는 윗사람이 하는 말을 어느 정도 알아 들었으니
이런저런 일을 스스로 곧 잘하곤 했었는데
저랑 선배 사원은 그냥 뭐 사실 거의 할 일이 없었어요
아니 스스로 결정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해야 옳을 듯해요
(프린트하고 파일 철하고 공장 가는 심부름 하고 약간 그런 일만 하는)
- 그런데 -
실무 일 자체를 별로 안 하는 사람은
저희 말고도 또 있었지요
바로 부장님이었습니다
점심때쯤 일어나시면 저에게 걸어오셔서 말을 거십니다
"맥주 한잔 할까?"
사실 부장님이 일을 안 하셨던 게 아니에요
부장님의 일이라는 건 밤에 시작이 되는 거였거든요
거래처 사람 만나서 술 마시는 것이 부장님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회사에 와서 주무셨던 거고요
옛날에는 일이 그렇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 잘할 것도 없고 더 못할 것도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더 잘할 것도 더 못할 것도 없어서 그런지
회사에서 저를 필요로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첫 직장을 그만두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회사에 가게 되었지요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요
"그런데 갑자기 자기 이야기를 왜 하지??"
요즘 우리 회사를 보면 분위기가
- 과거의 저에 비해서 -
너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서 그렇습니다
다 하나하나 각자 각자가 필요한 인재들이 모여서
서로가 서로를 위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거 같아요
- 그래서 -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편하게 할 수 있는 거겠지요
조직이 생동감이 넘쳐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자 이제 본론"
오늘 회사 슬렉에는
아래 이미지와 함께
한 포스트가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편집 없이 그대로 한번 가져와 볼게요)
6층 카페테리아에 사용하신 컵, 마시던 물이나 음료 등이 항상 있습니다
일회용품 쓰레기도 그렇도 음식 자국들도 여러 번 치운다고 치웠는데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니 다 같이 깨끗하게 사용하면 너무 좋을 거 같습니다
사진 속 컵은 사용하신 분들이 치워주시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빅픽처인터렉티브는 7층짜리 건물을 전체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중 6층은 카페테리아로 운영합니다
이 카페테리아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이에요
일반적인 회사 생활에서는
굳이 누군가를 찾아가지 않으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없기에
인사를 할 기회도 말을 걸 기회도 거의 없지요
그러나 커뮤니티 공간으로의 카페테리아는 매우 의미 있는 역할을 합니다
평소에 단 한마디 할 기회가 없었던 타 부서 타 층 사람들과 매우 자연스럽게 만나
일상도 이야기를 하고 안부도 물을 수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함에 있어 이 평소의 인사와 이야기와 안부는
일종의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평소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 사람에게 어느 날 어느 이유로 말을 걸어야 할 때
평소의 여러 번 인사하고 안부를 물었던 기억은
엄청난 빛을 발합니다
- 무언가 -
"부탁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죠
그런 이런 커뮤니티 공간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저 모습으로 활용이 되어야 되겠지요?
회사 내 구성원 모두 이 공간에서 서로와 서로가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커뮤니티 활동이라 이해되고 더 나아가서는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어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눈치 받는 장소로 전락될 뿐입니다
"재는 왜 일 안 하고 저기에 있지?"
저의 첫 직장에서는 아마도 저기서 수다를 떨고 있으면
그렇게 바라보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어도 숨은 막혔어요
넥타이를 맸거든요
ㅋㅋ
이 글은 우리 회사 슬랙에 올라온 글입니다
경영지원부가 올린 글도 아니고
경영진이 올린 글도 아닙니다
그저 한 구성원이 올린 글이지요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든 그런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말 그대로 누구든
"누구든 무엇이든지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
여러분 주위에 회사에 이런 글을 편하게 쓰는 사람을 본 적 있으신가요?
있다면 우리 회사만큼 좋은 회사이군요
원래 회사 자랑은 항상 문화를 자랑하는 것이에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슈~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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