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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꿈을 꾸는 방법 - 게임코치 아카데미 이승훈 원장

by Blog.bigpico 2022. 1. 3.

긴 세월 연락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오는 친구가 있다. 연락을 하는 이유는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생각이 나게 된 근거는 페이스북에 포스트를 보았거나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본 것 그것이 아니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 그것이다. 나를 찾아왔을 때 보통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초심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꿈을 찾는다는 것은 꿈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현해 내는 방법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1, 회사에 합류할 그때쯤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     

 

대학생이었다. 스타트업 그중 교육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동창의 페이스북에 리-트윗된 대표님의 계획을 보았다. 그 친구를 통해서 대표님을 소개받았다. 회사의 설립 이념과 철학 등에 대해서 직접 만나서 확인했다. 확인할 것은 두 가지였다. 먼저는 교육이었고 그다음은 게임이었다. 당시는 게임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이 생소한 개념이었다. 생소한 개념을 들을 때의 반응은 두 가지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거나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나' 나는 후자였다.

 

교육에 대한 나의 관심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 있다. 집이 안산이다. 안산에는 다문화 가정이 많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봉사 활동을 통해 알게 되고 또 고민했던 주제는 '교육 평준화'였다. 이를 테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을까?'다. 그리고 이 고민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스타크래프트를 보고 자란 세대다. 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 치킨집 사장과 같이 게임과는 연관 없이 살아가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았다. 프로게이머는 내가 동경했던 우상이었다. 그런 사람이 은퇴 후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움이 컸다. 또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필요를 해소할 공간이 없었다. 은퇴 게이머에게는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소가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에게는 최소한의 기회가 필요했다. 

 

이승훈 원장

 

  

2, 당시 학원은 어떤 모습이었나?

 

초창기에는 학원이라고 부르기에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여러 회사가 같이 사용하는 코웍 스페이스에 상담도 하고 강의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아카데미의 초창기의 모습은 2017년이다. 20~30명 정도를 모아서 개원했다. 개원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학원의 설립 과정은 인테리어, 인터넷, 컴퓨터 등 학원 세팅을 끝내고 서류를 준비하고 교육청 실사를 진행한다. 하나에서 열까지 직접 다 뛰어다녔다.  한 번도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던 일이었다.

 

교육청에 승인을 받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 있는 것을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수고롭다. 그러나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공무원 입장에서도 게임을 가르친다는 것은 기존에 없는 개념이다 보니까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시련이다. 극복하고 나면 단순히 성장을 돕는 도구다.

 

 

3, 학원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상사가 있었다.

 

이 시장 자체가 워낙 생소했다. 이스포츠도 그러한데 그중 교육은 더욱 그러했다. 전반적으로 인사이트가 부족했다. 회사에서도 지식과 경험이 많지 않았다. 시장 전체를 봐도 크지 않았다. (나 개인이 아닌) 원장이라는 직책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회사가 많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상사가 많이 바뀌었다. 

 

잘 맞았던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모든 것들은 더 성장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는 기회였다. 예를 들면 협업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직급이 올라가면 저런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하는 부분도 있다. 물론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부분도 있다. 

 

회사의 결정에 대해서 모든 것이 100%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만 바로 위 상사와 많은 이야기를 해보는 편이다. 나는 내 입장에서 이슈를 해석하려고 하는데 이는 회사 전체의 상황과 다를 수 있다. 궁금한 것들은 최대한 많이 물어보고 회사 차원에서 설명을 성실히 했다면 존중하려고 했다.

 

당연히 아쉬운 판단이나 결정이 있다. 결과론적으로 판단을 할 때는 그러함은 더하다. 그러나 나도 (아쉬운 판단을 할) 그럴 때가 있다. 그래서 회사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어떤 식으로든 쌓인 경험이 우릴 더 성장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4, 인재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소통이다. 2017년에 구로점이 오픈하고 내가 부원장으로 이 사업을 담당했다. 얼마 가지 않아 원장님의 리드 하에 학원도 자리 잡고 엘리먼트 미스틱(*프로게임단)도 셋업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이후 어느 날 눈을 떴는데 (회사 내 인사변경으로) 예상치 못하게 내가 원장이 되었다. 완벽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아빠가 된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 가족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하나라는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먼저는 구성원을 잘 알아야 했다. 게이머 그룹은 사회에서 보면 비주류다. 게이머가 생각하고 말하고 살아내는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른 것이다. 그래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는 소통이다. 그리고 이 소통에는 스킬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입 코치들은 종종 지각을 할 때가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어제 늦게 자서 아침에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지각을 했다고 말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통용이 될 수 없는 답변이다. 그런데 한 명의 게이머인 코치와의 소통 경험이 많다면 더 디테일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를 테면 학생 중 하나가 새벽에 코치에게 연락을 했을 수도 있다. 코치들도 사회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적기에 지각을 할 경우 미리 원장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학생은 대부분 그보다 더하다. 새벽에 갑자기 코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코치는 또 물어보니까 (당연한 것인 줄 알고) 밤새도록 대답을 해줬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회사에는 (여차여차해서 지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와 같이) 좀 더 세련된 답변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줘야 한다. 동시에 낮에 일정을 조정해서 이야기하자와 같이 능숙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또한 지각을 하게 되면 알았던 시점에서 가장 빠르게 회사에 연락을 해야 회사가 대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설명한다. 회사는 고객과 약속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코치의 일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내 지식을 알려주는 것 이상인 '사회적 약속'이라는 것을 인지시킨다.    

 

특별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교육자로서의 마인드셋이다. 대부분의 신입 코치들은 선수 출신이다. 이들은 케어를 받아본 적은 많지만 누구를 케어해본 경험은 적다. 또한 학창 시절을 평범하게 보내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선생님과 같은 교육자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 그래서 지식을 전한다는 것 이상의 교육자 정신, 즉 직업의식이 부족하다.   

 

우리는 게이머를 다룬다. 따라서 이스포츠 교육자는 때로는 형 같이 때로는 친구 같아야 한다. 반대로 엄해야 할 수도 있다. 통제가 되지 않을 때는 일반 학생과 그 수준의 편차가 크다. 그래서 신입 코치가 입사하면 학원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별도로 교육을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보호자 대처이다. 보호자를 손님의 형태로 다루는 것은 같은 게이머 출신인 학생 아이들을 다루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섬세함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교육자로서의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것이다. 

 

(서브 질문 : 학원에는 코치만 있지 않다. 매니저도 있다.)

 

원장은 기본적으로 코치가 코칭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사람이다. 매니저는 원장의 일을 돕는 개념인데 결국 코치를 돕는 업무를 나눠서 감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 업무라고 한다면 상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코치보다) 더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확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코치가 아주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상담이 아닌) 코칭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할 필요도 없다. 

 

코치들이 다 원장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커리어를 쌓아서 프로 현장으로 가고 싶어 하는 코치도 있다.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이스포츠 어느 직군이든 제너럴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나 역시 엘미의 사무국장을 겸임했다. 그러나 학원에서 부원장, 나아가 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출신이 코치든 매니저든 상관없이 소통이 가장 중요한 스킬이다. 

 

 

5, 이스포츠 교육은 어디를 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먼저는 공교육화가 필요하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관한 상담이 많다. (*필역 : 자퇴에 대한 이야기) 그런 관점에서 이스포츠 마이스터 고등학교는 좋은 대답이 된다. 직업적 관점에 집중된 교육을 실현해 나갈 제도와 환경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대학리그의 체계화다. 미국은 전 세계 중에 리그 규모가 가장 크다. 프로와 연계가 되어 있고 장학금 제도가 잘되어 있는 대학 대표팀이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방법론적 측면으로는 재단에 관심이 있다. 이 세상은 여러 가지 이유로 모든 학생들이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육 봉사를 한 경험이 있다. 그 교육 봉사 프로그램을 재단에서 운영을 했다. 학교가 전반적인 영역에서 교육 평준화를 시도하면 재단은 그중 소외된 친구들을 건질 수 있다. 실제로 그것을 꿈꾼다. 

 

 

인터뷰 소감 

 

인터뷰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긴다면 길었는데 이 인터뷰를 준비하는 동안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실로 좋은 기회였다. 이제 앞으로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실현해 나갈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 


교육은 철학이 중요하다. 왜 가르쳐야 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것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결정한다. 그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알려주게 된다. 그것이 철학이고 다른 게 아니다. 인간은 본질에 공허가 생기면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시도한다. 이를 테면 철학이 없으면 '다 돈 벌려고 하는 짓'과 같은 질 낮은말이 쉽게 튀어나오게 된다. 

 

회사 내에서는 오래 알았던 친구인데 가진 교육과 인재에 대한 철학을 들은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인상적이었다. 이 나라의 위대한 선진들은 모두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운 학교들이 지금 이 나라에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대학들이다. 더욱이 그 교육을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그 꿈, 꼭 실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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