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소식인데 소니의 엑스페리아와 펍지 모바일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내용입니다. 파트너십이라는 단어는 최근 광범위하게 활용이 되기 때문에 기존에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이 있다면 이제는 제거하셔야 할 때입니다. 제거란 다른 것이 아니지요. 파트너십이 여기서는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는 그 자세를 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파트너십의 내용이 바로 보여야 둘의 관계도 명확하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파트너십의 내용을 요약하면 2022년 펍지 모바일 이스포츠 이벤트(여기서 이벤트란 대회를 의미합니다)에서 소니의 엑스페리아 스마트폰 라인을 사용한다는 내용입니다. 보다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면 참가하는 모든 선수는 소니의 엑스페리아로 대회를 치른다는 말이지요. 모든 선수들은 개인 장비가 있습니다. 폰으로 게임을 하는 선수도 있지만 패드로 경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엑스페리아 라인업만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을 뭐라고 부르는가 하면 공인 장비라고 합니다. 그 대회에 공인 장비로 지정받으면, 그 대회에서는 그 장비의 사용만 인정을 한다는 말이 되겠지요. 전통 스포츠에서 이 공인 장비라는 의미는 퀄리티를 보장한다는 의미가 가장 클 것 것입니다. 아무 탁구공, 야구 배트, 골프채, 농구공을 사용할 수 없지요.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기 환경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단 처음부터 그래야 하지요. 그래야 공정하다는 의미가 명확해지니까요.
처음부터 그럴 수가 없었다면, 앞으로 전혀 할 수 없는가를 물으신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의를 위해 지금 선수들이 일종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요. 다만 시스템이 갖춰지고 변하지 않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선수들만 입는 피해가 아니라 매번 선수들이 입는 피해가 되지요. 어제까지는 이 규격의 이 무게의 농구공이 공인이었는데, 갑자기 오늘부터 브랜드와 규격과 무게가 달라진다면 납득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개념은 이스포츠로 넘어오면서는 애매해 지지요. 선수의 퍼포먼스가 장비에 규격이나 무게 등에 달려 있기 않습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이스포츠에서는 어떤 장비도 선수의 퍼포먼스 자체를 올려주는 기능이 없습니다. 이를 테면 마우스가 FPS 게임 에임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기능 같은 것을 달고 나오지 않습니다. 마우스는 그저 마우스의 역할만을 할 뿐이지요. 그래서 이 마우스를 쓰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말을 할,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마우스도 그렇고, 키보드도 그렇고, 헤드셋도 그렇고, 마우스 패드도 그렇고, 모니터도 그러하며, 컴퓨터도 그렇습니다. 어떤 게임 패드를 쓰느냐도 상관이 없고, 어떤 스틱을 쓰는가, 어떤 하드웨어(콘솔)를 쓰는가도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물론 어떤 스마트 폰을 쓰는지도 아무 상관이 없지요. 자, 그러면 이쯤에서 질문을 해야겠군요.
"이스포츠는 아무 장비를 사용해도 공정하다면 대체 공인 장비를 선정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제가 한 질문이지만 좋은 질문입니다. 대답은 비즈니스 때문입니다. 엑스페리아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게이밍 스마트폰으로 고객들에게 기억되고 싶을 수 있습니다. 모바일 대회에서 공인 장비로 채택이 될 정도로 성능과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수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될까요?' 대회가 무사히 종료만 되면 그렇게 됩니다. 대회를 치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성능과 안정성이 입증이 된 것입니다. 매우 단순한 개념이지요.
그러면 이제 고민이 생깁니다. 이스포츠 대회를 치르는 조직위는 스마트폰 회사의 이 필요를, 스마트폰 회사에 팔고 싶습니다. 돈을 받으면 대회장을 더 크게 꾸밀 수도 있고 선수들에게 지급할 상금의 규모도 늘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선수입니다. 선수들이 이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것을 과연 납득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납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시죠? 실제로 맞습니다. 순순히 납득을 하는 선수들은 거의 없습니다.
이 이유로 많은 리그들이 포기합니다. 인기 선수가 행여나 개인 방송에서 공인 장비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써왔던 익숙한 장비를 사용 못해 경기를 하기 어렵다고 말을 하면 리그가 욕을 먹을 것이 100% 확정이니까요. 리그는 그 돈을 벌어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은데 선수 눈치를 보느라 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게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수들이 베스트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게 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단계적으로 접근한다면 풀 수 있는 숙제라는 뜻입니다.
저는 아카이브에서도 언급드린 바와 같이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매니저 당시에 공인 장비를 채택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스틸시리즈 마우스였는데 무게감이 상당한 제품이었습니다. 저는 받은 제품으로는 경품 이벤트도 열고 후원금으로는 상금도 늘렸지요. 다만 선수들은 적응 하는 것을 힘들어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바로 적용하는 것을 무리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아마 공인 장비 결정 이전 세대의 선수들에게의 도입은 포기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새로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선수에 한해서는 공인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 수는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 파트너십이 되어야겠지요. 이제는 우리 중에 몇몇 리그들은 이런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리그도 그만큼 안정이 되어야 장비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검토가 가능한 것이니까요. 파트너십이 체결된다면 혜택을 보는 것은 리그를 포함한 모두입니다.
다만 공인 장비는 파트너십이기 때문에 바뀔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럼 바뀔 때마다 선수들은 적응을 해야 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뀔 때도 새로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선수에 한해서 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시켜야 되겠지요. 결국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데뷔가 낮은 신인은 여러 개의 장비에 적응을 해두어야 할 수도 있고 결국에는 적응 자체를 실패해 선수 데뷔의 꿈을 접어야 하는 신인도 있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스포츠에서의 장비란 결국 이념과 갈등이라는 테마 안에서 바라봐야 하는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다면 무조건 안된다고 말해야 됩니다. 실제로 선수 편을 드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감독, 코치, 선수도 다 마찬가지이지요.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만은 결국 담론이라는 것은 이렇게 출발하는 것이지요.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념을 추구해야 한다면 저는 공인 장비는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입니다.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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