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큰 소식이라고 한다면 2개의 리더십 변동건이 있습니다. 먼저는 젠지의 아놀드 허님이 CEO로 직책이 변경되셨고 비슷한 시점에 아프리카TV의 서수길 대표님이 대표직을 사임하셨습니다. 저는 이 두 개의 사건을 가지고 일찍이 이스포츠 조직의 리더십이라는 글을 작성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만큼 지금 시점은 이 주제를 다루기에 적기입니다. 이스포츠는 이 팬데믹 시기를 겪어오면서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변화는 전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또한 세대교체를 의미하지도 않지요. 오직 확실한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확실한 누군가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저는 감히 말씀을 드리면 이스포츠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로 여러 가지 형태를 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답은 한 가지입니다. 더 많은 리스크에 대해서 더 전문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 더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의사 결정 구조속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인 것입니다. 회계적인 부분에서, 법률적인 부분에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또 사업적인 부분에서 등등. 우리는 모두 하나의 물체를 살펴보는 데 있어 다각도의 시선을 가지고 접근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혼자 할 수 없지요. 그러면 묻게 됩니다. '내가 못 보는 것에 대해서 혹은 나보다 더 잘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그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그런데 이 질문에는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 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필요 없는 질문에는 의미가 없는 답변만 나오게 됩니다. 회의가 핵심이 없어지죠. 그런데 그 질문조차도 못한다면 아무 질문도 없습니다. 질문이 없다면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죠. 열심히 모였는데 매번 그냥 흩어집니다. 더 많은 더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의사 결정 구조속에 포함이 되어도 아무런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저는 이것을 그릇이라고 표현합니다. 혹은 역량이라 하기도 합니다.
한 최고의 수학자에게 딸이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 딸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그 수학자가 이 초등학생 딸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답은 나와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이 되겠지요. 그 아이는 그 이상을 배울 수 없습니다. 역량이 지금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 수준 이상의 질문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질문에도 대답을 해 줄 그 상대가 최고의 수학자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 아이는 자신이 그릇이 작은지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수학자가 내가 이해를 못 하는 대답을 해주면 들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 우리 조직의 리더십을 정할 때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초빙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기들의 전문 분야에서 발군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분명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드러나게 만드냐겠지요. 그래서 최고 의사 결정권자는 반드시 이스포츠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질문을 그 사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 그러면 젠지의 회장인 케빈 추는 왜 아놀드 허를 CEO에 올렸는지를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MLB에서 크리스 박을 굳이 데려온 상태에서 이런 파격적인 인사를 한 그 배경에는 분명 비밀이 숨어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급성장하고 있는 이스포츠 산업 변화를 늘 한발 앞서서 파악, 이스포츠 커뮤니티 및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와 열정, 웹 3.0 및 메타버스 등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데 적임자로 판단"
조직에 이스포츠를 모르는 최고 의사 결정권자가 있다면 이 사람은 회사를 가지고 실험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구조적으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지요.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상상을 할 수밖에 없고 상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험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잘되면 한 번에 떡상 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잘 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런데 심지어 잘 되었다고 해도 그 근거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냥 이런 이유로 이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지요.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아놀드 허 CEO를 크리스 박 대신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개척자로서 이러함을 즐기고 있는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형태로는 전통과 철학이 쌓이지 않습니다. 외형이 불어나도 몸만 커지는 것입니다. 정신은 아직 어린아이 그대로인 것이지요.
비슷한 시기에 서수길 대표님은 아프리카TV의 대표직을 사임하셨습니다. 이유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아프리카TV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NFT(대체불가능한토큰) 콘텐츠 거래 플랫폼을 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름은 프리블록스인데 사용자가 경제 생태계에서 주체로 살아갈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과 신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부분은 사용자도 돈을 버는 생태계가 될 것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아프리카TV는 이미 그런 플랫폼이지요. 결론은 이분은 이미 가진 생각을 그저 확장을 시킬 뿐입니다.
조직은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인간과도 같습니다. 인간은 (정신이 아닌) 몸만 생각한다면 성장기가 끝나면 곧 죽어갑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이죠. 성장을 멈춘 조직은 바로 죽어가는 조직입니다. 서서히 죽어가거나 빠르게 죽어가거나 그 차이일 뿐입니다. 다만 다른 점은 인간은 대략 80년 정도 산다고 말할 수 있지만 조직은 오늘 태어났는데 내일 죽을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더 살날이 많이 남은 것이 아니고 대기업이라고 해서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보증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의 헝다도 결국 파산했지요. 도시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지요.
이 시대를 같이 사는 우리의 동료들들은 아프리카에TV 대해서 다 각자의 눈에 비춰 다른 평가들을 내놓습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있지요. 그러나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이런 우려들은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있습니다. 심지어 애플을 보면서도 아이폰이 가진 리스크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지요. 저는 그 모든 의견들에 대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오직 충분히 그런 의견들이 인정받아야 한다고만 생각을 하지요. 다만 그래도 이 기사에서는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프리카TV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이고 그 정점에 아프리카를 지금까지 만들어 온 CEO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과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 기존 자리를 버렸고 이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행위지요.
저는 사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서대표님이 CEO 자리를 내려놓는다는 것에는 의미를 크게 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케빈 추님이 젠지의 CEO를 아놀드 허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회사의 지분의 구성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이와 같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오늘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자기가 죽어가는지 모르는 채로 말입니다. 혹은 이스포츠를 전혀 모른 채 조직을 도구로 실험만 강행하고 있습니다. 내 로직이 맞는지를 확인해 보는 그저 이곳에서 내가 충분히 경험해보는 수단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아닌가요?
저는 국내외 많은 이스포츠 회사들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스포츠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 그리고 도전가 정신, 이 두가지에 우리 조직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회사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러함 만이 우리를, 아니 우리나라를 살립니다. 제가 아카이브에 적은 내용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 지어 볼게요. 그래서 아마 우리에게는 큰 결심들이 매 순간순간 마다 필요한 거 같아요. 내려놓는 것도 큰 결심이지만 그저 내려놓아서만은 안되죠. 우리는 항상 그 사람(The one)이 필요하니까요. 내려놓되 더 큰 미래를 향해서 담당해줘야 하는 역할을 계속 찾아 나가 주셔야 하죠. 서 대표님이 만약 이 새로운 영역에서도 성공한다면 더 많은 일자리를 젊은 이들에게 줄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등장하게 되는 발판이 되실 거예요.
도전을 하기가 어려우신가요? 그때는 우리가 회사를 경영하고 또 다니는 이유를 다시 꺼내 기억해 봅시다. 거기에 모든 것에 대한 힌트가 있습니다.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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