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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Focus #31] 대회 기획의 의미

by Blog.bigpico 2022. 1. 14.

많은 사람들이 대회를 기획한다는 것을 1차원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테면 가장 윗단에는 프로, 그다음에는 프로-암, 그다음에는 아마추어, 그다음에는 일반인, 대게 이런 식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구분을 이렇게 한다는 의미는 모든 대회는 형태는 같은 채로 참가자만 달라지는 것을 전재로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치 이스포츠 기획이란 그 구간대의 실력자들을 모으고 그들의 대결의 의미를 찾아줄 해설진을 모집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스포츠는 콘텐츠입니다. 그리고 콘텐츠는 찍어내는 것이 아니죠.

 

물론 위와 같은 기획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씩은 다릅니다. 이유는 출전도 사람이 하고 해설도 사람이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프로-암 구간에 혜성같이 등장하는 스타가 있게 되면 평소보다 인기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하는 말 마다 빵빵 터지는 해설이 있다면 그 해설의 팬들이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그 해설이 팬을 몰고 올 수도 있지요. 그런데 대회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창조하지 않은 이슈나 출연자의 개인 기량만을 의지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로또와 같은 운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감스트·김민교 컵이 아닙니다. 대회를 기획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회를 기획하는 이유는 대회가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많이 시청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많이 시청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돈도 더 많이 번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콘텐츠가 가치 있는 콘텐츠입니다.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회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콘텐츠를 생산해 냅니다. 그러나 모두가 동일한 가치를 갖지는 않습니다.

 

몇날 며칠을 밤을 새워 제작해 방영했지만 동시 시청자 수는 몇백 명도 채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제작해 방영을 한 다른 프로덕션의 다른 프로그램은 몇만 명의 시청자를 모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의 차이일까요? 이런 건 콘텐츠 업계에서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드라마도 시청률로 싸웁니다. 동시간대 예능도 마찬가지이지요. 유튜브는 더 심합니다. 똑같이 힘들게 제작을 했지만 100 뷰도 나오지 않는 유튜버가 많습니다. 반대로 대충 찍어 올려도 몇백만 뷰가 나오는 유튜버도 있지요. 대충 찍었다고 표현했지만 대충 나온 콘텐츠는 아닌 것이지요. 

 

인간은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연장 선상에서 판단해 볼 때 실수가 없었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시청자는 모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이래도 저래도 반박할 수 없는 한가지는) 실수가 없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을 해도 재미를 만들었다는 말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재미가 없다면 가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방송을 실수 없이 제작해 송출했다는 의미가 가치가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직 가치는 재미가 가져오는 것이고 이 재미에 대한 가장 명확한 근거는 수치인 것이지요.

 

여러분의 콘텐츠는 몇명이 보나요?

 

저희 회사에서 진행했던 대회 중에 대표님이 어디 가서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배그야유회 7080 아재 리그입니다. 이 대회는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본 대회입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이 대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았는지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이 대회를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님은 이 대회가 평소에 게임과 대회를 접할 수 없는 게이머 아재들을 위한 대회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입니다. 대표님에게는 누구든 한 명의 게이머라면 그 게이머는 우리가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이 이야기는 곧 우리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시청 기록은 결과임과 동시에 증명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모집되었고 이로 인해서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는가도 중요합니다. 저는 절대로 이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런 대회를 기획하고 그 대회가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구성원들에게 대단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기획을 하고 그 기획이 결과적으로 성공을 해서 우리 회사의 존재 목적을 달성했다'입니다. 이 메시지는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지속 해내갈 수 있는 근거가 됨과 동시에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길을 비춰줍니다.  

 

 

이제 다시 감스트·김민교 컵으로 넘어갑니다. 결승전은 놀랍게도 신예와 은퇴 레전드 팀이 붙었습니다. 저는 아카이브그룹에서는 4강 때 데이터를 올렸습니다. 이 대회처럼 동시 시청자수 10만이 넘는 대회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왜 기억에 없겠습니까? 있습니다. 강조인 것입니다. 무엇에 대한 강조입니까? 그런 대회가 많지 않다입니다. 반대로 말씀드리면 많은 대회들이 이런 기획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억울할 수 있습니다. 내가 배운 이스포츠는 최대한 튀는 색 없이 사람들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온전히 선수가 주인공이 되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해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스포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 가입니다. 혹자는 미라클이 나왔기 때문이다. 혹은 감스트가 나오는데 안 볼 리가 있나?라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기획이 중요합니다. 많은 방송국들이 이들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신작 게임 홍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혹은 아마추어 대회에 해설로 섭외합니다. 절대로 좋은 기획이 없는 프로그램에 시청률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꽤 오래 이 실험을 해왔습니다. 가장 윗단에 있는 OGN에서부터 가장 하부단에 있는 프로덕션까지 예외가 없습니다.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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