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가장 핫한 소식이라고 한다면 저희 회사 소식이라고 봐야겠지요. 따라서 이번 주는 아카이브에 간략히 언급드린 내용을 토대로 WCG가 빅픽처의 품으로 들어오게 된 의미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다만 다른 포스트와 동일하게 학구적 관점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회사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릴게요. 그래야 작가가 생각의 나래를 마음대로 펼칠 수가 있겠지요. 또한 이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회사 내에 계십니다. 제가 마치 공식 의견처럼 저의 개인 의견을 펼치면 매우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어요. 우리 하는 모든 일들은 합력해서 선을 이루고자 함이지 절대로 불필요한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 블로그는 회사 내부 임직원과 이스포츠를 잘 아는 관계자를 위한 글입니다. 따라서 WCG가 무엇인지 등 기초적인 것들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물로 우리 회사에 대해서도 소개하지 않지요. 오직 인사이트를 나눌 뿐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두 로고가 서로 옆에 붙어 있는 그림을 지금도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개인적인 심정은 상당히 뭉클합니다. 우리에게 있어 WCG는 올타임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저미는 수많은 기억들이 살아나지요. 그렇지만 WCG의 최근 몇 년간은 여전히 진로를 고민 중에 있는 청년 같아 보였습니다. 존재만으로도 아름답긴 했지만 여전히 분명한 누군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지는 못했지요.
저는 WCG를 밭에 감추어진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날 한 소작농이 부자의 밭에 일을 나갔는데 그 밭에 보물이 감추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지요. 과거에는 전쟁이 많았기 때문에 피난을 가기 전에 보물을 땅에 묻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도 여러 이유로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땅에서 보물이 발견되는 일들이 있었다고 하지요. 여러분이 만일 이 소작농이었고 부자의 밭에서 보석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집에 돌아와 가진 모든 소유를 팔아서 그 밭을 사지 않을까요? 그 밭에 있는 모든 것들은 내 것이라는 계약 내용이 포함되어 있겠지요. 당연히 사회 통념에 의해 보물도 내 것이 됩니다.
빅픽처에게 WCG란 보물입니다. 만약 살 수만 있다면 (실제로 그러하지는 않았지만 심정적으로만 보면) 많은 것을 팔아서라도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다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의 빅픽처에게는 보물 일지 몰라도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보물이지는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하는 주제는 이 이야기인 것 같아요. 빅픽처에게 WCG는 왜 보물인가?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WCG의 이 선택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밭에 감추어져 있는 보물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을 선택할 수 없지만 WCG는 조직이기 때문에 자신과 함께할 누군가를 선택할 수 있지요.
결국 이 살아 있는 보물은 빅픽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요?
우리가 하는 사업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는 토너먼트 플랫폼이지요. 토너먼트 플랫폼은 대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사용자와 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하는 곳입니다. 대회를 개최하는 사용자의 구성은 크게는 게임사이고 작게는 개인이 됩니다. 대회에 참가하려는 사용자의 저변은 아마추어에서 프로 선수까지입니다. 이를 생각해 볼 때 WCG가 추구하는 방향과 부합되지 않는 면이 없습니다. 전 세계인이 온라인으로 예선전을 치르는 도구로서의 레벨업지지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추가로 빅픽처인터렉티브는 이스포츠 회사입니다. 이스포츠 회사에서는 어떤 종목이든 이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지요. 그런데 블리자드가 라이엇 게임즈의 게임으로 대회를 치르는 것은 어색합니다. 반대로 라이엇 게임즈가 블리자드의 게임으로 대회를 치르는 것도 어색하지요. 라이엇 게임즈가 분리분사를 해서 이스포츠 전문 회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 어색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팔은 안으로 기운다는 편견 때문이겠지요. 분명한 편견입니다만 마치 빛이 있는 곳에 그늘이 지는 것처럼 아무리 밝은 빛이라도 사람들 마음속에는 이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두 번째로 이야기를 할 것은 방송/제작 부분입니다. 빅픽처인터렉티브는 이스포츠 제작 및 방송 전용 스튜디오가 2개 있습니다. 방송이 되지 않는 경기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만 방송이 되어야 하는 경기가 있다면 제작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스튜디오는 필수이지요. 온라인으로 대회를 한다고 하더라도 중계진이 모여서 중계할 수 있는 공간만이라도 있다면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인상은 크게 다릅니다. 훨씬 쾌적하게 이스포츠 경기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작팀이 있다는 것도 강점이지요. 연출도, 촬영도, 카메라도, 옵저버도, 모든 측면에서 비교가 안되지요.
마지막으로 언급드릴 부분은 빅데이터입니다. 이 시대는 많은 선수들이 출현하고 그 선수들이 다 각자의 데이터를 쏱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려가지 업적들을 보여주고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란 기억을 말합니다. 다만 인간의 기억은 저장에 한계가 있지만 컴퓨터는 저장에 한계가 없습니다. 또 데이터란 가공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수학적 재능은 인간이기에 주어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는 한계가 없습니다. 모든 데이터를 가공하는데 쉼이 없고 끝이 없이 해도 지치지 않죠. 이 가동된 데이터는 아주 유의미하게 활용됩니다.
가동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작업은 분석입니다.
분석으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지닙니다.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들이 그 가치를 소비합니다. 이를 테면 신규 아이템이 등장하거나 신규 챔피언이 등장하거나 아이템이 업그레이드가 되거나 너프를 당하거나 한다면 사용자의 사용 환경이 그에 맞게 변경됩니다. 이를 분석하는 것을 메타 분석이라고 하지요. 이 결과를 사람들은 확인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소비되지요. 그런데 이 세상에는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창출하지만 저장하지도 가공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준비가 안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저는 WCG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WCG는 지난 20년간 정말 많은 경기를 치러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기가 많았지요. 당장 우리 기억에도 경기장이 터져나가라 '문'(장재호)을 외치는 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남겨 놓은 것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경기를 담은 영상이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기술과 진보를 알고 있는 채로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간다면 저는 당연히 'NFT'를 생각할 것 같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남겨서 사람들에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그 질문에 대답을 끊임없이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NFT는 그저 예시입니다. 전부도 끝도 아닙니다.
그러나 시작은 항상 빅데이터이지요.
아카이브에 언급한바와 같이 빅픽처는 '닥지지'를 인수했습니다. 닥지지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많은 게임들의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해 서비스하지요. 월간 'MAU'는 500~800만명 정도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이터 플랫폼인 것이지요. 그러나 닥지지가 이 분야의 가장 큰 'MAU'를 보유한 기업이 아닙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인 것이지요. 데이터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특별히 전 세계 선수에 대한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곧 우리는 이스포츠 태동 이래 본 적이 없는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차원에서 레벨업과 닥지지가 이 일을 못해야 할 이유를 현재까지는 못찾겠군요.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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