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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와 결심 #2 with 전은호 팀장

by Blog.bigpico 2022. 1. 18.

(라이엇 전담팀 전은호 팀장 인터뷰 하편)


4, 라이엇 전담팀은 당시 환경과 상황은?

 

지난 6월,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을 하나로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 이렇게까지 촘촘하게 대회가 진행이 될 줄 몰랐다. 이후 바로 와일드 리프트 대회를 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발로란트 대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발로란트 대회가 끝나기 전에 이미 리그오브레전드 대회를 한번 더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막 팀이 만들어지고 세팅해 나가면서 그 모든 일들을 동시에 처리해야 했다. 대회만 이랬다는 의미다. 다른 일들도 많았다. 그저 정신이 없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라이엇과의 관계 형성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초기(배틀 아카데미아 때)에 서로가 서로를 잘 몰랐다. 우리팀이 라이엇에 어느 정도 확신을 줄 수 있을지 알지 못했을 그때에는 상호 관계가 비교적 건조했다. 라이엇이 이런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 우리가 최대한 실수 없이 수행하는 차원의 일들만 되풀이되었다. 그런데 묵묵히 해내가던 어느 순간부터 라이엇 담당자의 태도가 바뀌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아이디어)를 역으로 듣기를 원했다. 여전히 우리는 라이엇의 서드파이티긴 했지만 우리가 담당해 온 업무의 결과가 그들로 하여금 인정하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했기 때문에 대회가 연달아 이어진 것일 수도 있고, 라이엇의 정책이 우리와 함께 해야 하는 것으로 잡혀 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우리를 신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믿음에 부응했다. 지난 인터뷰에 WCK 챌린저스를 언급드린 바와 같이 와리와리 '대난투를 잘해주셔서 이번에도 잘 부탁드린다'라는 부분도 결국 연장 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롤도컵은 우리가 라이엇에 컨셉을 제안한 케이스다. '롤도컵'은 아리(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와 연관되어 있다. 한국 캐릭터인 아리는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한 지 올해가 10주년이며 롤도컵은 이 기간을 기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식 커뮤니케이션 중에 우리가 제안한 내용이 담겨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아리랑'이다. (이미지 우측 아래) 아리랑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포함되어 있는 말이기도 하면서 아리와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멋지지 않나?

 


 

5, 라이엇 플랫폼 개발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라이엇 플랫폼의 목표는 라이엇 플레이어들이 주도적으로 아마추어 이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간의 구축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라이엇'이라는 말만 제외한다면 우리와 추구하는 바가 다를 게 없다. 플랫폼이라는 것은 쓰는 것에 달려있다. 우리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되, 시장에 영향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파트너로 확보해야 한다.    

 

라이엇의 리그오브레전드는 한국 이스포츠 최대 시장이다. 레벨업지지에서도 이 게임이 최대 트래픽 발생지다. 이 말은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하다. 이를 테면 만약 팀 파인딩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라이엇 플랫폼에서 적용해 볼 수 있다. 반응이 좋으면 타 페이지에서도 활용된다. 모수가 적으면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 차원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역시 첫 프로젝가 아니었을까 싶다. '배틀아카데미아'였는데 기획이 엄청 많이 뒤집혔다. 플랫폼은 어째 어째 해서 6월에 오픈을 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같은 대학의 학생들끼리만 참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었다. 우리는 플랫폼을 오픈하면 자연히 학생들이 팀을 조직해 참가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생각처럼 팀이 안 꾸려졌다. 어떤 대학은 아예 팀원을 구하지도 못하는 곳도 있었다. 

 

먼저는 바이럴이었다. - 커뮤니티를 옮겨다니면서 전달할 글을 남기거나 관련된 다양한 문의에 대응하는 일 -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곳에 할 수 있는 일들은 전부 다 찾아서 했다. 닿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대학교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면서 홍보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겹게 3천 명 넘게 모을 수 있었다. 라이엇도 그 상황 속에서 우리의 대응 궁금해했을 듯하다. 모든 것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우리를 본 라이엇은 그 이후 반응을 해왔다.   

 

리그오브레전드 클라이언트에 우리 배너가 걸렸다. 이 클라이언트에는 T1과 T2 총 2가지 타입의 배너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큰 것이 T1이다. 라이엇은 (우리에게) T1 배너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것도 심지어 D-7, D-6, D-5... D-1일 배너 모두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만들었다고 해서 걸린다는 보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매일 우리 배너만 계속 올라와 있는 것이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가 한걸음 가면 상대는 반드시 반응한다.

 

그들에게도 이 첫 이벤트의 성공 여부가 정말로 중요했으니까. 

 


 

6, 2021년 빅픽처인으로 선정되었다. 

 

처음 든 생각은 팀 원에 대한 감사였다. 너무 고마웠다. 우리는 개개인을 살펴보면 다 다르다. 맏형으로 볼 수 있는 성매니저님에서 부터 신입 직원들까지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모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밖에서 만나면 진심으로 친구 안 할 거 같다(웃음). 이를 테면 아이디어 이야기할 때 서로 싸우기도 하고, 맞받아 치기도 하고 (좋게 표현하면) 티키타카 하면서 멋진 결실들을 만들어 내 가고 있다. 

 

회사에서 수상 대상자라 당일 휴가쓰지 말고 소감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2022년에도 열심히 하자는 그런 의미 같은데 '상을 탄다는 것', 그것은 진심으로 좋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상을 받았다고 '팀원들이 나를 칭찬하는 것'이 더 좋았다. 알고보니 다들 우리 팀원끼리 투표를 했더라. 이를 테면 내가 성매니저님과 다른 팀원을 추천했다면 성매니저님은 나와 또 다른 팀원을 추천하는 식이었다.  


이런 팀이 또 어디 있을까?

 

라이엇 전담팀


7, 인터뷰 소감과 최종 목표는?

 

인터뷰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이 인터뷰를 통해서 내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내면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터뷰에 들어갈지 모르겠지만 '음악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나? 이스포츠는 뭔가?' 등의 질문을 받았을 때 찌릿함이 있었다. (역 : 안 들어감ㅎ) 전체적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또 빅픽처에 들어왔고 이 일을 하게 되었던 것을 돌아보게 된 기회였다. 그리고 올해를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의 정리 시간이 되었다. 

 

지금 시대의 리더가 성이사님이라면 나의 최종 목표는 다음 세대 리더가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는 전문가이다. 전문가란 사업의 중심을 끌고 나갈 능력을 지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이스포츠 사업이란 업계 메이저 기업에서 중심축을 감당하는 것이다. 나는 빅픽처가 그 반열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회사에서 그런 일을 감당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를 위해서 총 3가지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먼저는 이스포츠에 대한 이해도이다. 그 다음은 언어다. 특히 영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커리어인데 가능하다면 메이저 리그를 담당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인생에서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많이 없다. 인터뷰는 그런 측면에서 꽤 재미있는 역할을 한다. 매우 부자연스럽게 "너는 누구냐?" 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며 '이 시점에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고 나는 억지로라도 대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린 시절의 나를 기억해야 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이 길의 여정을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내가 가는 길이 어디를 향해 뻗어져 있는지가 보인다. 운이 좋다면 얼마나 걸릴지도 감을 잡을 수 있으리라. 전팀장은 명확한 길이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 멋질지 몰라도 전팀장은 계속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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