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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캐'를 찾아서 #1 with 김재철 기술감독

by Blog.bigpico 2022. 1. 26.

"실장님!! 혹시 근성의 44 주사위를 돌리다'를 아십니까?" 

 

메이플 용어다. 최근에는 그런 MMORPG 게임이 거의 없지만 과거에는 캐릭터의 스탯을 랜덤으로 부여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리세마라 같은 것으로 리니지가 대표적이다. CON 18요정을 맞추기 위해서 하루 종일 스탯 부여 버튼을 누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시절의 또다른 게임이 메이플이다.  

 

메이플에서 44란 STR(4)/INT(4) '최저 스탯'을 말하는데, 한마디로는 도적을 위한 스탯이다. STR과 INT가 낮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DEX과 LUK가 높다는 뜻이 된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스탯이란 다음과 같다. "메이플스토리 스펙의 시작점으로, 자신의 데미지를 가늠케 하는 간접적인 지표이며 통칭 스공이다."  좀 처럼 잘 나오지 않는 이 스탯을 위해서 사람들은 계속 주사위를 돌린다. STR (5)로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참아낸다. 그래서 근성이다. 

 

감독님은 인생은 이것과 비교한다. 그 이유, 이제 같이 알아보도록 하자. 

 


 

2006년 W플레이어(현 아프리카TV)를 우연히 접하고 방송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대게 방송에 매료되면 PD가 되고 싶어 하지 않나?  

 

(질문을 듣자 마자 웃음)  이 세상에서 인터넷 스트리밍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뉴미디어는 인플루언서라 부르는 사람들이 꾸려가고 있다. (나는 처음부터) 그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연출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연출에 대해서는 코치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작가역 : 아마도 뉴미디어의 신선함이 전통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과 같지 않음에 있다고 생각하신 듯 하다.  

 

다만 소규모 집단이나 개인이 자기 방송에 대한 모든 것을 소화해야 하다보니까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있었다. 그 사람들이 그 사람만의 능력을 잘 발휘 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대게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장비였다. 컴퓨터, 오디오, 조명 등의 장비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작가 : 그때가 언제였어요?  

감독 : 고등학교 때요(웃음)

작가 : 와... 고등학교 때요?

감독 : 그러네요... 

 

원래 장비를 좋아했다. 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초등학교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RF 온라인이라는 게임이 초등학교때 나왔다. 그 게임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집에 있는 컴퓨터로는 사양이 딸려서 할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을 모았다. 충분해지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다. 결국 그래픽 카드를 구입하고 직접 장착까지 했다. 그때 구입한 장비를 아직도 정확히 기억한다. 엔비디아 MX440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장비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제와서 밝히지만 그렇게 원래 주종목은 PC 하드웨어다. 지금도 파코즈와 같은 곳들에 들어가 새로 출시되는 하드웨어들의 스펙을 대략 보면 (그 장비를) 방송에 사용했을 때 어느정도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빅픽처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

합류하고 하신 일은?

 

계속 개인방송을 세팅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대형 커뮤니티에서 날 불렀다. 그 커뮤니티는 DAU가 점차 낮아지고 있던 곳이었다. 국내 MCN 또는 인플루언서와의 제휴를 통해 약 1년간 2배가까이 DAU를 끌어 올렸다. 이때 방송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물론 이 모두는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이야기다. 이후 미디어 뮤즈에 있다가, 인벤 기술감독을 거쳐, 지금 여기 빅픽처에 서있다.  

 

빅픽처에 합류하고 가장 먼저한 일은 레벨업 스튜디오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스튜디오는 이미 4~5개 정도의 SI업체(시스템 공사 설계 구축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둔 상태였다. (시작시점에서의) 대부분의 견적들은 적지 않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보통 3~4명의 전문가가 붙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까 (업체에만 맡기면) 적지 않은 수준의 견적들이 나오는 것이다. 구축이란 전기를 제외한다면 크게 배선(음향/영상 케이블 작업 등), 설계(네크워크 등), 그리고 방송 기계 설치가 있다. 실측하고 인건비 실비 등을 예상한 다음 시공사를 선정하는 일이 필요했다. 

 

이쯤에서 나에 대해서 물으면 그동안 현장일을 많이 했었다. 현장일이란 대학 행사, 군대 행사 등 그런 종류의 것들을 말한다. 행사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에 맞춰 구축하고 해체하고 또 다른 곳에서 구축하고 해체하고, 이런 일들을 반복해왔다. 이 관련 담당자는 항상 나였다. 모든 것은 실제로 발로 뛰어다니면서 해야 했던 일들이라 모르면 안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거의 혼자 독학했다.

 


이제 에피타이저는 끝이고 메인인 MMORPG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오늘의 주제를 영감으로 안내해 드렸다. 주제와 관련이 깊은가?

 

"근성의 44 주사위를 돌리다"

 

메이플 스토리 10주면 프로모션 영상에 나오는 대사다. 한마디로 스탯이 케릭의 성능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인생도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케릭은 나올때까지 주사위를 굴릴 수 있지만 인생은 첫 굴림이 끝이라는 점이다. 다만 인생은 레벨이 올라갈 수록 스탯을 찍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탯을 찍으면 직업에 영향을 준다. 

 

마법사 캐릭을 골랐는데 덱스를 찍으면 망한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이 세상에는 많이 벌어진다. 그런데 그런 차원에서 보면 나는 망캐다. 굳이 인생에 대입해 따져보면스탯 방사는 6각형으로 생겼다. 나는 레벨업을 할 때마다 주어지는 이 스탯 포인트를 여기저기 막찍은 케이스다.

 

시스템, 음향, 조명 등 그저 내가 찍고 싶은 여러곳에 스탯을 분배해 찍어버렸다. 카메라 감독님은 카메라에만 스탯을 찍는다. 같은 연차라해도 그래서 그 기술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점은 기술감독이라고 해도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망캐를 해본다. 라그하임이라는 게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마법사로 덱스를 찍고 권총을 찻다. 물론 결과는 망이었다. 그러면 무엇이 지금의 나라는 망캐를 만들었을까?

 

'호기심'이었다. 이를 테면 안되야 하는 것이 되면 많은 사람들은 '그저 이건 원래 되는 가보다'라고 생각한다. 혹은 어쩌다 되면 그냥 된 것으로만 만족하지 되어진 이유에는 관심을 안가진다. 그런데 나는 '왜 되는거지?' 라는 질문을 한다. 항상 한다. 그리고 그 분야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된다. 그것이 결국 그 스텟을 찍어버리게 된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요즘은 해가 갈수록 스탯 방사가 잘 커지지 않아 앞으로 더 망캐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기술감독이란 그렇게 되어야 진정 빛을 발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와중에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야 말로 진짜 기술감독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였다. 인생은 게임과 달라서 모두가 같은 양만크의 스탯을 찍을 수 없다. 스탯을 찍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만 스탯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힘도 높지만 덱스도 높은 기사가 있다면 망캐라 할 수 없다. 그래야 하는 직업군에 있다면 더욱이 그래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2부에서는 정말 이분이 가진 철학이 드러난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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