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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냉정 사이 #1 with 박철형 개발자

by Blog.bigpico 2022. 4. 4.
'열정과 냉정사이'
인문학과 아무런 관계가 없더라도 여기저기에서 자주 인용되는 것을 보았을 것 같다. 그만큼 인간을 잘 설명하고 있는 문구다. 열정은 보통 꿈 혹은 도전과 연결되어 이해된다. 냉정은 그 반대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삶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또 냉정하게 산다고 해서도 되는 것도 아니다.

항상 그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나라는 사람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철형님은 빅픽처가 작을 때부터 함께 해온 개발자다. 따라서 그 누구보다도 이 조직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분명하다. 이미 성장한 선수는 에이전시를 선택할 때, 나에게 무엇을 해줄지를 명확하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선수가 성장도 하기 전에 그 선수의 잠재력을 보고 선택을 한 에이전시에게는, 선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자신 만큼이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자신만큼 기대를 하고 있으며, 또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빅픽처와 박철형 개발자는 그런 관계다.    

 

"저는 운동에 미쳐있었습니다."

 

어릴 때 강남에 살다가 분당으로 이사를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분당은 학구열이 높은 지역이 아니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더욱이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분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공부가 아닌) 원하는 것을 하게끔 해주셨다. 나는 운동을 했다. 체육 관련 전문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체대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자전거로 분당에서 잠원 한강 공원까지, 아침에 한번 밤에 한번 도합 9시간 이상 매일 달렸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한다는 이야기는 공부 또는 돈 많이 버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 뿐이었다. 누구 아빠는 한달에 얼마를 번대, 직업은 뭐래 등등, 아직 꿈을 가져야 하는 나이의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은 상당히 거북했다. 나는 운동을 하는 이유가 대학을 가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 주변의 상황과 환경이 주는 영향력 아래에서 완전히 벗어나 살 수는 없었다. 결국 당시 나 역시도 대학에 못가면 인생 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고등학교 2학년 말에 큰 부상을 입었다. 체대 진학의 꿈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이때 나의 첫번째 '냉정'의 시간이 찾아왔다. 바로 선생님을 찾아가 대학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담했다. 거의 주저 없이 열정을 공부로 돌렸다. 결국 대학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운동에 열정을 쏟은 이유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였던 것이 아니다. 체육관련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때 상태에서는 대학만이 냉정한 선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박철형 개발자

 

"성적에 맞춰서 학과를 선택을 했는데, 적성에 안맞았어요."

 

어렵게 대학에 들어와서 만난 동기, 선배, 후배들은 오직 취직을 하기 위해서 사는 인상이었다. 분당에서의 학창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첫 계절 학기에서 취업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수업 중에 우리 은행에 가서 점장도 만나고 취직을 하려면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를 물어 보는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아직 대학 생활 1학기도 완전히 끝내보지 않은 애들이 잔뜩 와 있었다.  

 

그 1학년 아이들이 너무나 열정적으로 취직을 위한 정보를 얻으려는 자세를 보고 적응이 안되었다. 꿈이 은행원인건지, 은행에 들어가고 싶어서 학교에 온건지, 취업을 하고 싶은데 은행도 괜찮은건지 알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배우게 될 학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였다. 혹은 취업을 위한 도구(학점)쯤으로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이게 맞나?'

 

동기 한명이 준비를 어떻게 해서 삼성에 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후 친한 친구가 그대로 준비해 아마존 코리아에 입사했다. 인생은 예기치 못한 사건의 연속이다. 운동을 포기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에 왔는데 주위는 온통 학문에는 관심이 없고 취업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 처럼 '다 같이 그러고 있으니, 나도 그렇게 해야 하나?'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이 질문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이를 테면 '우리 회사에 오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했는지'와 같은 리포트적 요구들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학점이 얼마여야 하고 토익은 몇점이어야 하는지, 그런 종류의 것들은 하나도 와 닿지 않았다. 결국 내가 만족하는, 내가 추구하는 행복을 얻기 위해서,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학교때 공부하면서 밤샘

 

"어느 순간 보니까 제가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대학을 가는 것으로 끝나버린 열정을 다시 찾는 것이 먼저였다. 정보통신학과과 컴퓨터공학과는 학점을 공유할 수 있는 과목들이 있었다. 우연찮게 듣게 된 컴퓨터 공학과의 수업에서 '흥미로운데?' 라는 생각을 했다. 이때 느꼈던 감정은 컴퓨터 분야에 취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컴퓨터라는 학문에 관심이 있다'였다. 

 

수업은 너무 어려웠다. 자료의 구조라는 전공 수업이 있다. 너무 어려워서 컴퓨터라는 것 자체가 나랑 안맞는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실제 내가 받은 점수는 (A-)였다. 알고보니 모두에게 어려운 수업이었다. 컴퓨터 공학이라는 것은 이해가 어려운 학문이다. 그러나 이해하면 재미있다. 결국 당시 내 입장에서는 컴퓨터는 본능적으로 찾은  돌파구였다. 

 

대학시절에는 또 하나의 사회속에 속해 있었는데 그것은 스피닝이었다. 대부분의 스피닝 강사들은 다른 직업을 하다 온 사람들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그 직업을 선택 했다기 보다는 단순히 스피닝이 좋아서 그 직업을 선택한 경우다. 강사 활동을 하면서 몇몇 분들과 친해졌는데 그 중에 대기업을 그만두고 스피닝 강사로 전향하신 분도 있었다. 내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기업에서 메뉴얼대로 사는 것은 정말 나와 어울리는 삶일까?'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해 볼 수 있는 것을 해보면서 살 수는 없을까?'

 

내가 찾은 답은, 내가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관심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나라는 사람이 와서 해 줘야 하는 그 일에 관심이 있는 곳이다. 나와 그곳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소다. 한마디로 스타트업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 스타트업이다. 삶의 열정을 또 불사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꿈을 포기하고 현실을 전략적으로 대하면서 두 가지를 깨달았어요." 

 

1, 꿈을 포기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

2,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략적으로 사는 것

 

교차지원으로 대학을 갔다. 생각보다 인서울 대학에 가기가 쉬운 방법이었는데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체육 전문인이라는 꿈을 포기하게 됨으로서 얻어진 결과다. 그 결과에 만족한다. 대학교 때는 모두가 가는 길이었던 취업 준비라는 것을 포기했고 지금의 나를 얻었다. 대기업에서 많은 돈을 번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운 측면도 없진 않다. 그런데 또한 그렇게 선택한 지금의 나를 만족한다.  

 

개발만 잘하는 것이 좋은 개발자로 성장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별히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법들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날 아마존 코리아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  "글로벌 서비스는 어떻게 해?"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이 재미있다. "그걸 개발자가 왜 고민해?" 나는 개발자이면서도 그런것을 같이 고민하는 사람이다. 

 

물론 개발만 잘하는 전문가가 되면 된다.

지금 개발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답을 내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메뉴얼을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추구하는 것이 다르고 거기에도 답은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보통 "왜?"라는 물음에 명확한 답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한다. 거의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와 같이 직선적이다. 일단 직선이 정해지면 나머지는 의미를 끼워 맞춘다. 혹은 직선의 의미를 더해줄 다른 것들을 찾는다. 이를 테면 돈을 벌어서 투자를 해서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거나, 그 돈을 벌기 때문에 지금 이 (다른)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물론 그것이 의미의 전부이면 안되냐고 물을 수 있다.
'왜 안되겠는가?'
단지 필자도 박철형 개발자처럼 그저 그런 것은 안 와닿을 뿐이다.

오늘은 박철형 개발자가 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제 남은 것이라 함은 정말 스타트업은 그런 곳인가 하는 것 뿐이다. 
스타트업으로의 '빅픽처인터렉티브' 정말 철형 개발자님이 말한, 그런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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