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8게임단의 사무국에서 일을 할 때에 저는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고민의 근원을 살펴보면 돈 때문이었고요. 대상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돈이라는 것이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아주 철저하게 경험을 했습니다. 시점은 2013~4년쯤 되지 않았을까 해요. 금융위기를 맞고 한 5년 정도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세월이 가니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습니다. 8게임단을 운영하던 시기에 대략 2.5% 정도 하던 금리는 이후 계속 낮아져서 1.25%를 유지하다가 약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그 마저도 팬데믹 때는 0.5%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준금리이긴 합니다만 1억을 빌리면 1년에 50만 원의 이자만 내면 됩니다. 월 50만 원짜리 월세를 살면 1년에 내야 하는 돈이 600만 원입니다. 그런데 1억짜리 전세를 살게 되면 이자로 50만 원만 내면 됩니다.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넣어야 할 이유를 몰랐습니다. 기업들은 시중에 돈이 많으니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쓰고 그래서 많이 벌 수 있었습니다. 실적이 좋았습니다. 모두는 오직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할 이유만 있었습니다. 돈이 기업(주식)으로 몰리고 기업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올라갑니다. 다만 은행은 늘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절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요. 제가 2.5% 금리 때는 언급했던 것처럼 과거에도 있었으니까요. 절대로 상품을 고정금리로 팔지 않아요.
모두가 저와 같은 경험을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그런 경험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어요.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능력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때는 그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지금 아니게 되었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같은 때가 오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절대적인 것은 없어요. 여기까지의 짧은 결론을 내리면 투자금을 유치할 때에 유치하는 것(*투자금 유치라는 말이 사실상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같으니)보다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만 맞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지금은 빚으로 운영할 수 없는 시점이니 사업 확장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하는 것도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난제지요.
어려운 시절이 되면 조직은 사람들에게 돈을 적게 주거나 심할 경우 내보내야 합니다. 내보내지는 사람들에 대해서 기업은 돌아보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여력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안 내보냈겠지요. 8게임단 구성원들의 계속되는 변경을 지속적으로 바라봐야 했던 그 시기는 이상적인 방향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직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안정적인 직업이지요. 제가 게임코치아카데미에 합류하는 것을 결정한 이유는 비전에 감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은퇴하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코치 외로는 크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얻은 지식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것보다 더 가치가 명확한 것이 없었어요.
그때에 아카데미들이 많아졌습니다. 유의미하게 성장한 곳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갈 곳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면 곧 대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돈을 더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요. 상금을 제외한다면 선수 생활을 할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친구들이 아직 많습니다. 솔직히 대게 더 적습니다. 낮지 않은 강도로 일을 하고 높지 않은 급여를 받습니다. 그런데 상황마저도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3.5% 금리 시대입니다. 현역이 아닌 이상! 여전히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만 (혹은 감사한 기회이지만) 이 친구들도 계속 나이를 먹습니다. 제가 아카데미에 합류에서 처음 만났던 친구들이 20대 중반이었다면 지금은 30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친구들은 언제 돈 벌도 언제 결혼을 해야 할까요?
앞으로 언제 금리가 인하되는 시대가 올지 모르기에 언제든 인간의 욕심을 끝이 없다고 이야기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우리가 지금 다루는 이 주제는 전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제 마음속에 이 친구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성실하게 노력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의 구조는 연봉이 오르기가 어렵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아카데미 수익은 대부분 수강생으로부터 발생합니다. 그런데 한 번에 가르칠 수 있는 수강생의 수가 적습니다. 1타 강사의 단과반 수업 같은 것이 가능하지 않아요. 온라인도 다르지 않고요. 더욱이 동영상 강의가 매우 제한적으로 밖에 활용될 수 없습니다. 대부분 이유를 아시리라 믿어요.
이스포츠는 일정 부분은 스포츠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공교육과 사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는 주제가 아니에요. 또한 대학을 가기 위해서 투자를 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프로게이머가 되지 못하면 없어져버리는 돈이라는 인식도 있어요. 물론 이 말이 맞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그런 인식이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아요.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행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 제가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는 확장입니다. 무엇에 대한 확장 인가 하면 현실의 구조를 확장(사교육→공교육)으로 일부를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은 저의 생각이 아니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전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실체입니다.
지난달 18일 광주공업고등학교와 광주자연과학고등학교 두 곳에서 이스포츠 운동부가 신설되었습니다. 시교육청 승인으로 전국 첫 사례입니다. 학생들은 이스포츠 대회에 학교 대표로 공식 출전하게 됩니다. 발표에 의하면 대학, 팀 등과의 연계를 통해 진학 등의 활로를 마련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두학교는 조선대 아시아 이스포츠 산업 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동아리 활동을 해왔습니다. 광주에 있는 아시아 이스포츠 센터는 여러 일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 이 일도 있었던 것이죠. 여기까지를 간략히 정리하면 동아리 활동 지원으로 시작한 이 사업이 운동부 신설로 이어진 것입니다. 단체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해왔다고 할 수 있으니 이 일은 처음부터 그 목적으로 추진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학교에 운동부가 원활히 설립이 되려면 (*인프라 구축 등 여러 가지를 많이 해야 하지만) 가장 먼저는 교사입니다. 그런데 학교 교사는 무자격자가 될 수 없어요. 국민체육진흥법 제2조 6호에 의하면 학교 운동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래 자격 중에 1개 이상의 자격을 취득해야 합니다. ① (1/2급 전문, 생활) 스포츠 지도사 ② 건강운동관리사 ③ (1/2급) 장애인스포츠 지도사 ④유소년 스포츠 지도사 ⑤ 노인스포츠지도사. 그런데 사실상 여기서 의미가 있는 것은 1번 2급 전문 또는 생활 스포츠 지도사입니다. 전문 지도사는 프로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수준의 자격입니다. 생활 스포츠는 (간단하게는) 그 하부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허들도 그만큼 낮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생활 스포츠 지도사 자격 종목에 이스포츠가 없습니다. 그러면 애초에 자격을 딸 수가 없습니다. 자격을 딸 수가 없으면 교사로 갈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고등학교에 이스포츠 운동부가 생겼는데 누구도 교사로 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답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자격 종목을 신설해야 합니다. 먼저는 생활 스포츠 지도사이고 궁극적으로는 전문 스포츠 지도사까지 확장되어야 합니다.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학교 운동부의 교사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은퇴 선수/코치들의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담당자에게 이 이야기가 닿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는 선수 출신도 코치 출신도 아닙니다. 따라서 공교육으로 확장이 된다고 해서 저 개인이 얻을 이익은 없어요. 그러나 우리가 이 시점에서 미래 발전을 위해 (개인과의 관련을 넘어) 이 이슈를 공론화해야 합니다. 그것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에요. 우리 코치님들이 안정적으로 직장을 구할 수 있다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이 길이 열린다면 선수를 희망하는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를 더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요. 아니! 부모님들이 이미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가 프로게이머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큰 위로를 받을 거예요. 반면에 사교육은 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축구부가 있어도 유소년 축구 학원이 또 있으니까요.
이 결과를 다음번 웨이브까지 달성해서 넘겨줘야 합니다. 금리는 때가 되면 떨어집니다. 그때는 다시 힘을 받을 거예요. 한번 더 도약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학교 운동부를 배경으로 아마추어 생태계가 완성되고 아이들이 체계적으로 공교육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끝나야 합니다. 또한 프로를 지망했던 아이들이 직업으로 갈 곳, 특별히 안정적인 직장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해요. 우리가 만들어가는 길은 글로벌 샘플이 됩니다. 지금도 이 일을 하는 것이 빠른 것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미국이라면 미국은 그들의 환경에 맞게 스스로 구축하려는 노력들이 있습니다. 제 페이스북을 보면 여러 차례 언급이 되어 있어요. 이것이 이 시대에 이 업계에 맡겨진 우리의 사명이에요. 공론화에 힘을 실어주세요.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이스포츠 인사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6)Weekly InSIGHT #66 부담 없는 이스포츠 #1 (0) | 2023.10.06 |
---|---|
(09.22)Weekly InSIGHT #65 이스포츠 출생에 대한 단상 (0) | 2023.09.22 |
(09.01)Weekly InSIGHT #63 가을로 접어가는 길목! (0) | 2023.09.01 |
(08.11)Weekly InSIGHT #62 이스포츠 아마추어 활성화 (0) | 2023.08.11 |
(08.04)Weekly InSIGHT #61 밸브 카스2 이스포츠 정책 개편 (0) | 2023.08.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