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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Weekly InSIGHT #65 이스포츠 출생에 대한 단상

by Blog.bigpico 2023. 9. 22.

이스포츠는 일렉트로닉 스포츠의 약자입니다. 일렉트로닉은 전자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비디오 게임으로 실현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스포츠란 기술('전자')을 강조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주 간단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면 이렇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같은 개념이지만 사이버 스포츠라고도 표현할 수도 있어요. 사이버는 말 그대로 가상 세계라는 뜻이죠. 물론 이 사이버를 기술의 이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타당할 듯해요. 이를 테면 가상 공산에서 실현하는 스포츠라는 표현이라 여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어떤 것이든 이런 식으로는 스포츠라는 그늘에서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일단 우리는 사이버 스포츠라는 단어보다는 이스포츠라는 단어가 더 익숙합니다. 과거의 어떤 시절에는 이 'e'라는 단어가 주는 영향력이 다소 클 때가 있었어요. 진보적이거나 혁신적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했습니다. 반면에 사이버라는 단어는 네거티브적인 느낌도 동반했었어요. 물론 이스포츠가 더 많이 쓰이는 이유가 반드시 이 이유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되었기에 역으로 추론을 하는 것뿐이에요. 어쨌거나 결국 이후 이스포츠라는 어떤 묶음 속에 사람들은 들어오려고 했습니다. 대신 사이버나 그 외 다른 표현들에 대해서는 자연히 멀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마~ 그런 종류의 것을 다 이스포츠라고 할걸!"이라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이스포츠라는 말이 매우 공급자 사용자적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생활 중에 아주 많이 사용할 거예요. 이곳 블로그에서도 사용하고 페이스북 아카이브에서도 사용하고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 업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도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저처럼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오늘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쓴 적 없으실 거예요. 이는 우리가 소비자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스포츠를 소비하고 계세요!"라고 할 일이란 거의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오늘 PD로써 방송 송출을 책임을 지고 있는 와중에서도 "이스포츠 잘 봤나요?"라고 할 경우가 없습니다.

 

이유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스포츠라는 개념을 이스포츠라는 단어 안에 묶어 둘 일들은 별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로 간에 개념을 맞춰볼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지요. 단어를 쓰지 않으니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를 물을 일이 없는 것이지요. 어쩌면 헷갈릴 일 조차도 있을 것도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그렇지 않다면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불필요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할 여지가 있게 됩니다. 이를 테면 "그것도 이스포츠야~, 오~ 물론 그것도 이스포츠야!~, 그렇지 그것도 이스포츠지!"라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언가만 이스포츠라고 이야기를 할 근거가 없다면 무언가가 이스포츠가 아니라고 할 근거도 없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도 여하튼 'e'라는 개념 안에는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공간이 사이버라는 상태 내에서 작동해야 하는 것은 맞지요. 그렇다면 뭔가 아쉽습니다. 정말 지금 이 상태로 그대로 두어도 괜찮은 것일까요?

 

 

스포츠와 운동이 다른 개념이라면 이스포츠와 게임(정확히는 게이밍)이 다른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말을 하고 있고요. 이를 테면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곧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는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운동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과 같습니다. 체계적인 훈련이라는 개념을 화두에 올리기 위함인데요. 결국 체계적인 훈련이란 스포츠라는 대개념 속에 속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스포츠에서는 이 작업이 끝났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스포츠는 스포츠와 구별된 용도이거나 스포츠의 개념을 빌려 이해시키려는 용도이거나 혹은 게임 활동의 스포츠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진짜 이스포츠가 이스포츠로 있기 위해서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할 것 같습니다. 스포츠와 같아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볼게요. 전자 스포츠라던가 가상 세계 스포츠라는 표현은 결국 초급자를 위한 표현이라는 뜻입니다. 이스포츠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아직도 그 초급의 설명(현상 중심)의 상태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일렉트로닉이나 사이버나 하는 그 초급에서 더 나아가지 않으니 발전이 없습니다. 담론화가 안되고 담론이 없으니 모호함이 계속 남아 있게 됩니다.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것이에요. 스키 슬로프와 비교를 하면 좋겠네요. 갈 때마다 초급자 코스만 타는 것입니다. 중급자 이상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없는 것이에요.

 

자, 그러면 상급자 이상을 위한 표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글은 최근에 전달하는 포스트들에 비해서 짧은 글일 수 있지만 매우 중요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스포츠가 중급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 '비디오 게임 플레이(게이밍)를 프로 레벨에서 구현하는 것' 정도를 예시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과 이스포츠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구분됩니다. 또 어떻게 되나요. 프로 레벨이라는 표현에서 전문성을 가진 활동이라는 것이 전달됩니다. 정말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지요. 더 이상 무언가로부터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어야 이 단어를 사용하고 또 그 개념을 통용할 수 있게 됩니다.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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