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아시안 게임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으로 이어지는 골든 라인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는 산업계의 소식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다만 아카이브에도 올린 바와 같이 시청률 등과 같은 수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파도와 같은 것이라면 다음 파도를 기다리면 되니까요. 다만 산업 전문 사이트들도 전할만한 소식이 많지 않다 보니까 들어가 봐도 전체적으로 썰렁한 느낌이 들어요. 다만 최근 며칠 동안은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특필되고 있습니다. 바로 사우디 왕세자와 관련된 이야기지요.
오늘은 사건에 대해서 저의 지식에 기반한 해석을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전달드리고 같이 판단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약간의 뇌피셜도 있으니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일단 지금까지의 사우디의 히스토리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많은 분들이 빈 살만 왕세자와 파이살 왕자를 기억하실 거예요. 빈 살만 왕세자의 과거 서열 정리 이후에 파이살 왕자는 측근이 된 것 같다는 말씀을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이 둘은 모계(제 기억으로는 할머니) 계열이 같아요. 먼저 사우디의 실질적인 주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사비 게임 그룹(Savvy Game Group)의 주인인데요. 대표보다는 주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건 단지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사비 게임 그룹에 ESL과 FACEIT이 속해 있습니다. 인수를 했던 소식은 다들 기억하실 거예요. 인수 대금은 15억 달러 한화로는 약 2조 정도 됩니다. 당시보다 지금은 환율이 더 올랐으니 그 부분은 감안하셔야 하고요. 얼마 지나지 않않아 중국 이스포츠 방송사인 VSPO(*VSPN)도 인수했습니다. 다만 여기까지는 이스포츠에만 해당하고요. 지난 4월에는 미국 게임 개발사 스코플리를 49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사비 게임 그룹은 회사인데요. 이 회사에 자금은 투여하는 곳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예요. 명칭은 PIF입니다. PIF는 엔씨 소프트에도 2조가 조금 넘는 금액, 넥슨에도 1조 정도의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또한 닌텐도의 지분도 8% 정도 매입했습니다. 그 외로도 스웨덴 게임개발사 임브레이서 그룹의 지분도 매입했어요. 현금 부자들은 시절도 마음대로 탈 수 있어서 좋네요.
많이들 아시는 바와 같이 빈 살만 왕세자의 최대 프로젝트는 네옴 시티입니다. 오늘은 네옴 시티가 뭔지까지는 가지 않으려고 해요. 그럼 내용이 너무 길어질 듯합니다. 한마디로는 그냥 사막 한복판에 첨단 도시를 세우는 거죠. 다만 빈 살만 왕자는 네옴 시티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로 게임과 이스포츠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획된 대회가 게이머스8이라고 판단합니다. 이건 나중에 가상 세계까지 가니까요. 물론 왕세자가 대 놓고 그렇게 말을 한 것은 아니죠. 그러나 정황은 누가 봐도 그러합니다. 리야드에서 키우다가 네옴이 완성되면 네옴으로 옮길 것으로 판단된다는 뜻입니다. 추진하는 일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면 모든 것이 그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니까요.
다만 대회는 사우디 이스포츠 연맹에서 주최합니다. 그리고 이 사우디 이스포츠 연맹의 회장이 파이살 왕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사회장입니다. 이사회에는 공주님도 왕자님도 한분씩 더 있습니다. 연맹이라는 이름이지만 물은 좀 다르게 느껴지네요. 어쨌거나 빈 살만 왕세자 사업 중에 이스포츠 분야를 파이살 왕자가 담당하게 된 일종의 최측근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이 게이머스8이 처음 치러질 때는 이스포츠 관련된 회사 인수가 있기 전이었습니다. 따라서 반대로 보면 파이살 왕자가 주도적으로 담당해서 개최 완료한 게이머스8을 빈 살만 왕세자가 보고 분야에 대한 가능성을 보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은 최소한 이해도가 높아진 결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반대였다고 해도 (왕세자가 왕자를 꽂았다고 해도) 상관은 없죠.
결과적으로 보면 게이머스8 이후에 ESL, FACEIT, 그리고 VSPO를 인수하게 되는 모양새였습니다. 요때 이제 왕세자가 이스포츠에 대한 생각이 단순 찍먹은 아니구나 라는 느낌을 시장이 받았습니다. 이를 굳이 해석을 해보자면 아마도 대회를 치르는 것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야 대회가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파이살 왕자로부터의 제언이 있었을 것 같아요. 한번 해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빈 살만 왕자 아래에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파이살 왕자도 이번 인수로 인해 결과적으로 게이머스8 사업에 더 힘을 받게 된 것이지요. 끝으로 이 연맹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공공 단체 계열에서 활동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쪽 계열에서는 파이살 왕자가 계속 타이틀을 받아갈 것으로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최근의 첫 활동이 나오게 됩니다.
지난 10월 4일 국제이스포츠연맹(IESF)는 파이살 빈 반다르 빈 술탄 알 사우드 왕자를 새 회장 대행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사우디를 볼 때면 항상 궁금했던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왜 다른 왕자나 측근이 아닌 파이살 왕자가 이스포츠를 담당하게 되었을 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기사를 보고 알았습니다. 이 왕자는 Banader Al Khaleej라는 미디어 회사의 회장입니다. 단순히 말하면 나라 내에서 방송과 매체 쪽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해요. 따라서 기본적으로 이스포츠 대회 개최에 대한 이해도가 얼추 있었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것을 빈 살만 (본래 이름은 무함마드이죠) 왕세자가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못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고요. 추가로 높은 확률로 파이살 왕자가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ESL과 FACEIT 그리고 VSPO의 인수를 제안했을 것 같네요. 충분히 그랬을 듯해요.
여하튼 파이살 왕자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일 가능성은 많이 없습니다. 만약 이스포츠 관련해서 누군가와 컨텍을 해야 한다면 파이살 왕자 쪽으로 접근하면 맞지 않을까 하네요. 이제 IESF는 전환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발표 즉시 2024년 World Esports Championship을 사우디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발표한 거예요. 이제 사우디 아라비아(지역)와 무함마드 왕세자의 사업을 중심으로 IESF는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서 투자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요. 기사를 보면 연맹의 소속 국가들이 그것을 더 원합니다. 힘이 있는 단체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GEF 등 경쟁이 없지 않잖아요. 또 떡꼬물이 떨어지려면 부잣집에 기웃거려야죠. 이로 인해 더 이상 국내에서 IESF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출범이 한국이었다는 것만 역사 속에 남겠네요.
10월 4일과 5일 사이에 연달아 IESF 소식이 발표되고 또 같은 달 11일 British Esports Association와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장소는 리야드이고요. 파트너십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 인턴쉽, 멘토링, 부트캠프, 이스포츠 교육, 교육 이니셔티브 및 연구 프로젝트로의 인재 개발 등이라고 합니다. 가장 직관적인 내용은 선더랜드의 이스포츠 퍼포먼스 캠퍼스와 리야드에서 개최되는 게이머스8에 각자의 국가에서 선수들을 파견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행사에는 체스터 킹과 파이살 왕자가 참석했다고 하는데요. 체스터 킹은 British Esports Association의 회장임과 동시에 Global Esports Federation(GEF)의 부회장이기도 합니다. 이 파트너십은 닐 크롬튼 영국 대사가 주최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정도로 끝날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는 편이 맞겠죠.
물론 이미 파이살 왕자는 GEF의 부회장입니다. 따라서 이후 GEF에서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AESF의 소속된 사우디 아라비아 연맹의 대표는 CEO 타이틀을 가진 Turki Al-Fawzan입니다. 파이살 왕자가 아니에요. 그런데 SEF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에 알파르잔 CEO는 보드 멤버가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추정을 해보건대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 중에 제일 높은 사람이 알파르잔 CEO가 아닐까 합니다. 총장 뭐 그쯤일 것 같아요. 다만 AESF에 파이살 왕자가 직접 관여하지 않는 이유는 궁금하죠. 이것도 역시 저의 추측이지만 단체의 지배구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무슨 뜻인가 하면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와 연관되어 있다 보니까 조직의 성격이 앞선 두 단체와 다릅니다. 한마디로 좌지우지는 힘들 곳이죠. 그러면 일반 멤버 밖에 없는데 여기서는 또 격이 있게 되죠. 거기에 왕자가 들어가는 게 안 맞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일단 알파르잔 CEO와 연락을 한다면 가장 확정적으로 사우디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끝으로 BEA와 SEF의 파트너십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커뮤니티에서 좋지 않은 반응이 있었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는데 서양 문화권에서의 성소수자들은 사우디가 이 부분에 대해 자국 내에서 펼치는 정책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우리가 보는 대표적인 매체들은 대게 서구권을 배경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전부 이 부분을 지적해요. 또한 남부 지역의 국경을 맞닿고 있는 오만과의 무력 충돌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PC와 경찰 나라라서 그런 걸까요. 여하튼 요즘 미국에서는 기사 쓰기 쉽지 않을 듯 해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따라서 두 단체가 서로가 원한다고 해서 아무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 이슈가 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끌시끌해요. 다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사우디와 무엇이든지 같이 한 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죠. 그러니 애초에 해명에도 아무 관심이 없죠. 다만 있는 이슈에 대해서 그것만 말하지 않으면 일부러 뺀 거 같은 느낌이니까 적어보았고요.
간략한 결론을 내리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있는 이유는 어쩌면 시절에 대한 이슈일 듯 해요. 글로벌 경제가 지금과 같지 않고 과거와 같았다면 MTG는 ESL의 몸집을 더 키웠을 거예요. 안 팔았을 거예요. 그러면 SAVVY가 원해도 살 수가 없죠. VSPO도 마찬가지고요. 연장선에서 두 단체 모두 재정적인 이슈들은 회장들을 압박했어요. IESF 회장이 대표적이고요. 물론 제 느낌에 전 IESF 회장님은 이스포츠에는 별 미련도 없었을 것 같아요. 그냥 달 수 있는 타이틀 중에 하나였을 뿐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퇴임하실 때도 러시아 문제(전쟁 중인데 대회 참여 허가 및 국기 게양)로 그냥 여론이 좀 그랬고요. 물론 우리 곁에는 이스포츠를 이런 감정으로 바라보는 경우는 있어요. 늘 있어요. 물론 좋을 때는 다 좋은데 나쁠 때가 되면 이런 분들은 미련 없이 이스포츠를 집어던집니다. 혹은 이후 이미지 생각 안 하고 한철 바싹 장사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아니라고 말씀을 하셔도 다시 안 돌아올걸요?
무함마드 왕세자와 파이살 왕자는 누가 봐도 명백한 이유를 가지고 등장했지만 진심으로 이스포츠를 위함인지는 결과를 봐야 알게 됩니다. 물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저는 그분들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중립입니다. 매번 아닌 사람이 나와도 매번 새 사람에게는 중립이어야 합니다. 그건 우리가 가져야 할 숙명이에요. 받아들이세요. 다만 항상 저와 여러분과 같이 남는 사람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결과만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 좀 애석하긴 하네요. 자~ 이런 톤으로 끝을 내도 저는 분명 중립입니다! 진짜로요. 특별히 왜냐하면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는 순환하니까요. 정말 다시는 아무것도 푸른색은 없을 것 같은 추운 겨울의 풍경을 바라봐도 때가 되면 봄은 오고 봄이 오면 어디 있었는지도 모를 생명들이 자라나니까요. 겨울에는 또 겨울이기에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겠지요.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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