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부담이 없는 것은 없습니다. 심지어 좋은 것에도 부담은 있어요. 저는 게임을 엄청 좋아합니다. 우리 중에 누구도 안 그런 사람은 없겠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 게임도 부담입니다. 특히 돈을 주고 산 게임을 하지 못한 채 라이브러리에 쌓아둘 때 정말 크게 부담을 느낍니다. 이를 테면 숙제를 안 한 것 같은 느낌인 듯해요. 숙제를 오늘 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일 선생님이 숙제를 안내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쌓이죠. 이 쌓임이 부담의 원인이네요. 제때에 게임을 하지 않으면 신작이 나왔을 때 신작을 할지 과거에 사둔 게임을 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보통 여러분들은 어떤 것을 정하시는지가 궁금하네요. 물론 마음 내키는 대로 정해도 되고 혹은 둘 다 같이 해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게임 퍼블리싱의 경우는 느낌이 조금 다를 수 있을 듯 합니다. 훨씬 무거운 주제가 될 것입니다. 퍼블리싱 진행 중에는 때에 맞춰 숙제처럼 느껴지는 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할 거예요. 다만 먼저 제 이야기를 좀 할게요. 저는 이스포츠 업계에 오기 전에는 퍼블리셔에서 신작 마케팅을 했었습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습니다. 그때 이스포츠와 인연이 되어 이쪽으로 이직을 하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제가 퍼블리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맞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퍼블리셔들이 보실 때에 괜한 서술로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스포츠 전문가는 이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누구든 그걸 기대하고 제 글을 열으셨을 테니까요.
다만 제가 한가지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오늘날 이스포츠는 퍼블리싱의 숙제 중에 하나입니다. 이 정도는 다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스포츠 종목이 될 수 없는 장르의 게임이거나 혹은 의사결정권자가 이스포츠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일단 이렇게 말씀드렸는데 말하고 나서 보니 정정을 좀 해야 할 듯하네요. 대진이 가능한 게임을 만들었고 대진이 공정을 바탕으로 진행되며 그래서 경기가 가능하고 최종적으로는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게임이 개발된 것인데 이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경우는 없을 것 같네요. 내가 만든 게임을 더 잘하고 그 더 잘하는 사람을 다른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할 개발자는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하고 장소가 곧 무대이고 무대가 곧 대회입니다. 당연히 대회가 곧 이스포츠이고요. 대회라는 것은 말 그대로만 살펴보면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사람들이란 당연히 그 게임의 사용자이죠. 그러면 사용자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게 되는데 그 무언가가 경기이죠. 하나 더 나아가면, 무엇으로 하는 경기인가 하면 (개발된) 게임으로 하는 경기입니다. 그래서 이를 완성하면 퍼블리셔(개발자)의 게임을 가지고 경기를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임을 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그들을 보기 위해서 모인 사용자도 역시 대회의 한 구성을 이룹니다. 여기까지를 우리는 이스포츠라고 해요. 평범한 대회라는 말에서 특별한 구분을 해서 부르는 명칭인 것이지요.
그다음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모이는 장소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디라도 상관없습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모이기면 하면 대회가 됩니다. 더욱이 이를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막말로 메타버스라고 불러도 돼요.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레디플레이어원의 주인공들은 메타버스 세계에서 하는 것이라곤 게임 밖에 없어요. PUBG 모바일은 지난 18일 WORLD CREATOR NETWORK(이미지 하단)라는 것을 발표했는데요. 향후 3년 동안 총 1억 달러(한화 약 1350억 원)를 투여해 게임 동동 창작 생태계를 지원(창조)한다는 내용입니다. 단순하게는 게임 모드에 관한 내용인데요. Fortnite와 Roblox에 익숙하시다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만들고 네가 와서 놀고!!'
연장선상에서 경기를 하지 않으면 대회가 되지 않는가를 물으신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질문을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경기를 굳이 안할 필요가 있는가?' 당연히 안 할 필요가 전혀 없죠. 그래서 이스포츠는 계속 의미를 지닙니다. 그중 특별히 모드는 가장 전형적인 샘플입니다. 생태계 구성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로블록스를 보면 배틀 로얄 모드도 있고 또 배드 워즈도 있고 등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결국에 보면 플레이어들은 모드 내에서 경쟁을 합니다. 결국 끝에 서면 경쟁인 것이에요. 경쟁이 이스포츠이면서 경쟁이 대회인 것이고요. 저는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퍼블리셔와 개발자님들을 위해 이것이 다 똑같은 것이라는 설명을 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어~후 진짜입니다. 다 같은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는 알았습니다. 이것들이 전부 다 같은 (우리 퍼블리셔 또는 개발자가 해야 할) 숙제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그러면 이제 우리가 정말로 고려해야 하는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봐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온도이지요. 의사 결정권자들은 생각이 모두 다 다릅니다. 심지어 이스포츠를 이미 하고 있는 곳들의 의사 결정권자들도 모든 주제(숙제)에 대한 모든 온도가 다 달라요. 어떤 곳은 이스포츠라는 말을 하기 싫어서 Competitive Gaming이라고 표현합니다. 리그를 만들 생각도 팀(프로)을 인정한 생각도 없죠. 부담이니까요. IOC의 바흐 위원장은 이스포츠라는 말은 쓰지만 가상 스포츠라는 말을 또 따로 쓰면서 현재 단체가 규정하는 이스포츠와 또 이 단체가 추구하는 이스포츠를 설명하지요.
의사 결정권자들은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것은 덜 중요합니다. 아, 말을 바꿔야 겠네요. 사실 덜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오직 스스로 생각하는 더 중요한 것만 있을 뿐이지요. 이쯤에서 다시 이스포츠로 돌아오면 이스포츠는 분명 퍼블리싱의 숙제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변수가 있습니다. '그것에는 어느 정도 리소스가 필요한가'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맛집에서 대기를 할 때 이런 경험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가족끼리 와서 4자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기판에 4인을 표기했습니다. 이후에 어떤 사람은 혼자 왔습니다. 그리고 1인을 표기했지요. 곧 웨이터가 왔는데 1인을 먼저 불렀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1인자리가 먼저 났기 때문이지요. 의사 결정권자가 4인석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할 수 있는 것을 1인석으로 바꾼다면 달라질 여지가 생깁니다. 애초에 4인석 자리 밖에 없다면 난감하겠지요. 그런데 1인석 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주인 입장에서는) 비워두어도 의미가 없습니다. 채우는 것이 훨씬 좋기 때문이지요. 이스포츠는 과거에는 4인석 자리 밖에 없었습니다. 케이블TV 시절의 이야기지요. 채널도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및 주말의 황금시간대는 스타크래프트가 다 예약을 했어요. 메뉴도 알라카르트(단품)가 아닌 코스 밖에 없었어요. 한마디로 비싼 거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지요. 제작이 필요 없어도 제작을 해야 했고 송출이 필요 없어도 송출을 해야 했고요.
모든 것을 맞물립니다. 예를 들면 상품을 이렇게 파는 것이죠. 코스 전체는 120%입니다. 그런데 에피타이저만 시키면 80%, 메인 디시만 시키면 80%, 디저트만 시켜도 80%의 가격인 것이지요. 퍼블리셔는 방송사에 40%인 대회 개최만 40% 가격으로 요청하고 싶은데 되지 않는 것이죠. 왜냐하면 방송사는 대회 운영 인력과 방송 제작 인력과 기타 인력을 운영하는데 대회 운영 인력만 다른 스케줄을 잡아버리면 그 외 다른 인력들은 놀아야 되니까요. 그런데 논다고 월급을 안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80%를 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퍼블리셔는 울며 겨자 먹기로 황금 시간대가 아닌 시간에 대회를 해야 했고 방송이나 송출이 필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빅픽처인터렉티브는 이스포츠 대회 운영에 필요한 리소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레벨업지지 토너먼트 플랫폼을 런칭합니다. 토너먼트 플랫폼은 참가 접수 대진표 작성 체크인 결과 안내 등의 모든 서비스들이 온라인상에서 자동으로 수행되는 것을 지원합니다. 아이디를 만들어 로그인한 후 클릭만 몇 번 하면 돼요! 온라인으로만 대회를 진행한다면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심지어 학생이라도 어느 정도 규모까지는 혼자 할 수도 있는 수준까지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그래서 방송 제작에서 이제 완전히 자유롭습니다. 물론 수준이 매우 높은 대회를 하기 위해서는 특정 리소스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전과 비교해서는 의존도가 아주 많이 낮아진 것은 여전히 사실입니다.
케이블TV에서 인터넷으로 환경이 이동하면서 장비 세팅을 비롯한 스튜디오 구축 비용이 저렴해졌습니다. 그 결과 중소규모 스튜디오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저희 빅픽처인터렉티브도 2개의 스튜디오(레드 & 화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해외의 토너먼트 플랫폼들은 스튜디오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회 운영 대행을 했었는데 방송 제작 및 송출 대행은 안 했지요. 수요가 생기면서 이제는 토너먼트 플랫폼 운영사들이 스튜디오를 같이 운영합니다. 그렇게 최근 퍼블리셔의 수요는 해소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저희가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끝으로 퍼블리셔가 개별 스트리밍 채널이 있는 경우 퍼블리셔의 채널에서 송출할 수 있습니다. 클린 피드만 필요하다면 쉽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마땅한 송출 채널이 없는 경우 플랫폼 운영사의 채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채널이 있더라도 게임을 모르는 사용자들에게 도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와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의 베일드 엑스퍼트는 넥슨의 신작 게임입니다. 현재 LVUP.GG 토너먼트 플랫폼에서 참가접수를 진행중입니다. 빅픽처인터렉티브는 이 대회를 운영합니다. 대회 및 방송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0월 29일 오후 1시부터 예선전을 진행합니다. 이후 11월 5일 오후 4시부터는 결선이 열립니다. 결선은 방송이 되는데 베일드 엑스퍼트와 LVUP 공식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됩니다. 3/4위까지는 온라인, 결승전은 레벨업 스튜디오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이제 결론을 내립니다. 우리 곁에는 야심차게 이스포츠 투자를 진행했다가 성공하지 못한 사례들이 꽤 있습니다. 대부분 시장 사이즈를 정확하기 알기 전에 무리한 투자를 한 결과인데요. 이제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의 게임 퍼블리싱에 마케팅 비용 책정과 지출에 있어 스팀이 한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기에 따라 더 정밀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해 줬다고 생각해요. 토너먼트 플랫폼 역시 (스팀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임이 LoL과 같지 않고 같은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 시장에서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된다고 판단합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숙제는 오늘 안해도 내일 또 내줘요. 이스포츠 숙제 제때 하면 됩니다.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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