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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Weekly InSIGHT #66 부담 없는 이스포츠 #1

by Blog.bigpico 2023. 10. 6.

퍼블리셔가 대회 개최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론 돈이 많아 계속 쓰기만 해도 아무도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다면 돈문제라고 해도 됩니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곳은 없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블리자드도 그렇게 못합니다. 최근 블리자드는 사실상 오버워치리그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스로 축소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축소가 아닌 것은 아니죠. 그렇게는 직접 말을 하기 원치 않고 사람들도 그렇게 말을 안 해줬으면 하는 것 외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오버워치는 블리자드는 첫 이력이 아닙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모두들 기억합니다. 다만 오늘의 글은 블리자드가 어떻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그런 건 의미가 없죠. 

 

제 글을 많이 보아 오신 분들은 맞는 사이즈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강조를 여러 번 해온 것을 기억하십니다. 다만 바른 접근은 아닙니다. 이유는 결과론적이니까요. 여러분들은 그러면 맞는 사이즈가 뭐냐고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맞는 사이즈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맞는 사이즈가 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논리는 반쪽 밖에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누가 게임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어제까지는 매우 잘 나가던 게임이 오늘은 사용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이유는 많습니다. 패치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심각한 버그가 있을 수도 있지요. 예상치 못한 핵이 난무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맞는 사이즈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내용은 접근 방식으로서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답이 없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맞는 접근 방식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러야 합니다. 대체 그것은 무엇일까요?

 

venturebeat.com

 

제가 현재를 고려해서 전해드리는 오늘의 대답은 미래까지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어떤 상태라는 거죠. 미래는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글은 한번 쓰면 지워지지 않지만 가치는 단발성이어도 됩니다. 오늘 건널 수 있는 다리는 징검다리 밖에 없다면 건너가야 합니다. 이후에 철근으로 된 다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해서 그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안 건널 수는 없지요. 과거는 남습니다. 바보 같은 판단이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판단을 해야 합니다. 판단하지 않으면 결심이 없고 결심이 없으면 행동이 없고 행동이 없으면 결과가 없으니 자연 퇴보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선택을 하면 적어도 경험이 됩니다. 경험은 발판이지요. 철근으로 된 다리는 놓을 때에도 써먹을 수가 있어요.  

 

그렇다면 대체 저는 무슨 이야기를 할려고 이렇게 사족을 깔까요?

 

퍼블리셔 입장에서 이스포츠가 가장 부담스럽지 않았을 때는 방송사가 이스포츠를 할 때였습니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물론 과거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닙니다. 끝까지 읽어주세요. 그때는 퍼블리셔가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서드-파티가 다 알아서 했습니다. 사람들은 퍼블리셔에게 이스포츠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다르지는 않아요. 여전히 게임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고 인기가 있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이스포츠 대회를 개최해 달라는 엄청난 압박을 받는 기억은 없으시리라 믿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압박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신작이 나오면 페이스북에도 글 많이 올렸어요. 그런데 압박이 되었는지 혹은 되었다면 어떤 압박이었을지 자신이 없어요. 

 

포트나이트는 좋은 예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포트나이트가 이스포츠를 안하지 않습니다. 대회를 열어요. 그런데 포트나이트는 이스포츠 생태계를 만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에 개념에 부합하는 프로도 팀도 없어요. 포트나이트가 생태계를 만들지 않아서 생태계가 없다는 뜻은 (자연히) 생태계가 포트나이트에 결심에 달린다는 의미가 됩니다. 쉽게는 포트나이트가 하면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없는 것이라는 뜻이지요. 지난 몇 년간 포트나이트를 지켜보면서 포트나이트가 이후에도 할 생각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계속 없을 것으로 예측이 되지요. 그런데 아무도 포트나이트에게 왜 LoL과 같은 왜 발로란트와 같은 왜 오버워치와 같은 리그를 안 만드는지 묻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묻지 않아요.

 

사람들이 퍼블리셔에 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이거나 시장을 기만하고 있는 것입니다. 방송사는 리그오브레전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 퍼블리셔는 어쩌면 성공이 예견되어 있는 사업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방송사는 그런 식으로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그래서 오버워치 때는 좀 더 신중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죠. 이후에는 배틀 그라운드였습니다. 사이즈가 생각보다 크진 않았습니다. 시장은 방송사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퍼블리셔가 대서 특필하면서 등장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이 짧은 세월 속에서 정말 많은 경험들이 쏟아진 것이지요. 

 

퍼블리셔는 방송사가 아닙니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곳이죠. 그래서 방송사로 성장을 하겠다는 계획이 굳이 필요 없습니다. 한다고 하면 물론 아무도 말릴 필요는 없죠. 그런데 왜 한다고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지금도 이스포츠 관련 제작사는 좀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있었던 방송사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죠. 중장기 계획은 없어서 그렇습니다. 반면에 이스포츠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금씩 커졌죠. 그럼 이제 물어야 합니다. '퍼블리셔는 과연 이전 방송사의 사이즈만큼 커졌습니까?' 혹은 이렇게도 되죠. '전문 대형 방송사로 성장할 계획이 있습니까?' 당연히 있다고 대답해도 됩니다. 그러면 연달아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하시다면 과연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우리가 지금 같이 고민하는 주제는 따지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해를 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가 이스포츠를 즐기는 수준에서 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갈 때는 잘 모르는 것이 많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로는 여기가 전문 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은 스포츠 전문가입니다. 저는 이스포츠에서 15년 이상을 근무했습니다. 스포츠와 이스포츠가 비슷하니까 제가 스포츠 전문가라고 이야기한다고 해보죠. 받아들일 수 있으신가요? 당연히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반대도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어떤 분야든 세월이 알려줘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론 배우면 됩니다. 저는 안 배운 상태에서 표면적인 것만 보고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리그오브레전드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단순히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유니크하다라고 할 정도로 성공적인 케이스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런 LoL도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방송사가 검증을 해주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물론 국내 이야기죠. 미국에서 LoL 이스포츠를 시작한 라이엇 관계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도 이야기하지도 않죠. 그러나 미국에서도 내놓을만한 오거나이저는 똑같이 없습니다. 반대로 유럽은 여러 개가 있어요. 지금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가요? 신작들은 이런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LoL과 같이 할 수도 없는데 심지어 LoL과 시장이 같지도 않고 (가장 중요한) 게임의 성격이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이것을 묻고 답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많은 게임들이 이스포츠를 너무 많이 고려합니다. 마치 정말 스포츠가 안되면 안될 것처럼 (사회가) 몰아간다고 믿습니다. 물론 어울리는 게임들도 있습니다. 사실 LoL은 겨우 따라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온 지 얼마 안 되는 선수들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게임사 입장에서는 너무 피곤한 길일 수 있어요. 능동적으로 할 때는 너무 피곤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수동적으로 할 때는 그렇게까지 많이 피곤하지는 않은 것이죠. 포트나이트가 피곤하다고 할 근거가 없죠. 과거로 돌아가 스타크래프트가 피곤하다고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게임만 개발하면 됩니다. 하고자 했던 일에 언제나처럼 집중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CS2도 전혀 피곤하지 않죠. 오히려 할말을 다합니다. 스스로 대회를 개최하지도 않으면서 대회를 개최하는 조직위들에게 대회에 나갈 팀을 선발할 때는 CS2의 랭크 시스템만 이용하라고 한다거나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무 불만이 없습니다. 사람들도 CS2에게 직접 대회를 개최해 달라는 말 안 합니다. 메이저들은 알아서 잘 열리고 펀딩도 받습니다. 최근 블라스트tv는 180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돈을 모은 이유는 너무 명백합니다. CS2로 메이저를 치르려고 하는 것입니다.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것은 저는 지금 오거나이저 모델이 답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현재 있는 오거나이저 모델이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방향은 오버워치가 맞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퍼블리셔-방송사의 장기 파트너십이지요. 다만 오버워치는 방법을 그렇게 해서는 안되었습니다. 팀이 개입되고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하면서 어그러진거 같아요. 물론 믿음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별로가 되었어요. 게임 탓인가요? 맞습니다. 팬데믹 탓인가요? 그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모델 자체는 LoL과 같은 지역 기반보다 변수에 내성이 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몸집만 어른처럼 커진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죠. 오버워치의 방향을 더 발전시켰던 것은 배틀 그라운드입니다. 그런데 당시 물도 제대로 들어오기 전에 너무 헛노를 많이 저었어요. 차라리 기대에 못 미친 만 못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평이니 양해를 바랍니다. 

 

다만 단호하게 말씀드리면 이스포츠는 수익이 나기 전까지 스튜디오를 벗어나야 할 필요가 없어요. 

 

스튜디오를 벗어나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프로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프로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이스포츠를 할 필요가 없다거나 대회를 견고하게 또 자주 열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스포츠는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포츠는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것이에요. 풀이나 나무와 같아요. 가꾸면 튼튼합니다. 그런데 크게 만드는건 아니에요. 물과 흙과 태양이 키우는 거예요.  이스포츠에는 청사진이 필요 없어요. 따라서 이스포츠는 불필요한 책임을 굳이 만들어져 질 필요가 없어요. 더욱이 사람들은 이스포츠 때문에 게임을 더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안그래요. 통계에 의하면 게임을 안 하는데 이스포츠를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숫자가 안 바꿔요.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이스포츠가 여러분들의 게임을 더 사랑하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라이프 사이클을 늘려줘요. 게임을 지금 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이탈을 매우 효과적으로 방어합니다. 그러나 신규 유입에는 큰 도움이 안돼요. 그렇다면 신규 유입이 되지 않고 우리 타이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른 형태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부분은 전혀 다른 전문가가 필요하지요. 게임과 관련이 없는 완전히 다른 사업이니까요. 이제 그것을 하기 위한 준비가 되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답은 대부분 아니에요. 그러면 직접은 안 해야 합니다. 그러나 할 수는 있습니다. 직접 안 한다는 것이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아니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장기 파트너십 플랜인 것이죠. 

 

이제 긴 글의 결론을 맺습니다. 투자를 해서 성과를 얻는 방식은 이스포츠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스포츠는 게임 서비스와 달리 즉각적인 수익이 추구되지 않으니까요. 마케팅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통적입니다. 이것은 비용이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투자가 아닙니다. 이스포츠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인기가 있게 되면 그렇습니다. 물론 게임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이스포츠도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FC 온라인은 대표적인 예이지요. 마케팅으로 접근해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장기 파트너십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이것만 해도 안 늦어요. 만약 여러분의 이스포츠가 (게임이 아니라 이스포츠가) 제2의 LoL이라 평가를 받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도약이 필요합니다. 그때!~

 

정말 어떻게 들리실까 우려는 되나! 이 모든 것이 그래봤자 10년이나 될까 해요. 그때도 여러분의 게임이 여전히 인기가 있을지 알 수 없어요. 그런데 만약 진짜 운이 좋아서 인기가 있다고 한다면 그때도 손해를 본 것은 없어요. 왜냐하면 마케팅 비용은 원래 써야 하는거죠. 파트너사와 같이 했다면 할 건 어차피 다하는 거죠. 혼자 했다고 해도 수익이 나지도 않으니까요. 왜냐면 LoL도 아직도 수익을 못 내요. 10년이 지나고 나서 이제는 큰 수익이 날 거 같으면 그때 해도 아무것도 늦은 것이 없죠. 심지어 게임과 이스포츠에 관계에 대한 회사의 이해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이 글은 지금 이스포츠를 하는 퍼블리셔들을 당황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게 역사겠죠.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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