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스포츠 인사이트

(04.07)Weekly InSIGHT #46 지금은 재편의 시기를 바라보는 지혜

by Blog.bigpico 2023. 4. 7.

제가 한주에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미리 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준비하는 방식은 매일 이슈를 보고 매일 정리를 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매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증명은 페이스북 아카이브 그룹에 오시면 확인이 가능하지요. 이미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그 그룹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잘 알고 계시는 내용입니다. 물론 저도 때로는 심히 바쁘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정리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한편을 쓰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이 한편 한편이 쌓여서 지금의 이 블로그의 생명력을 가져다준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블로그의 목적 중에 하나는 우리가 얼마나 이 분야에 뛰어난 인재 집단인가를 증명하는 것도 있을 겁니다. 어떤 결과에 대한 소식은 그 과정에 비해서 증명 효과가 다소 짧습니다. 그리고 단편적이라 구체적이지 못합니다.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보고 그 사람의 생각을 들어야 하는데 이것을 소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소비자를 직접 만나 대면하기를 원하는 라이엇게임즈처럼 누군가에 우리라는 사람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있어야 하지요. 우리는 블로그를 선택한 것이고 그 앞에 제가 있을 뿐입니다. 대신 회사에 속한 다른 분들은 다른 일에 집중하게 되고요.  

 

이 한 주간 이스포츠 업계는 북미를 기준으로 예사롭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회사들은 전부 팀들이고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LCS 소속 팀들입니다. LCS는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1부 리그입니다. 가장 오래된 리그라고 할 수 있어요. 화제의 중심에 있는 팀들을 나열하면 TSM, CLG, 그리고 EG입니다. TSM은 Team SoloMid의 약자이고, CLG는 Counter Logic Gaming의 약자, 그리고 EG는 Evil Genius의 약자입니다. 하나같이 전부 LCS과 역사를 같이 한 명문 구단입니다. 그런 구단에서 비롯된 것들은 놀라우면서도 서글픈 내용임에 틀림은 없습니다. 

 

간단하게 이슈를 살펴보면 올해 재정적 위기가 찾아왔고 대표적으로 위기를 해소하지 못한 팀들인 이 3개의 팀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심각한 경영난으로 인해서 사업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대한민국 이스포츠는 이런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2009년도 금융 위기의 여파로 2011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는 3개의 팀이 해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전에도 해체를 선언한 팀들이 있었지요. 12개까지 있었던 팀들은 7개로 축소되게 되었고 리그는 최소 8개 팀을 경쟁시키게 하기 위해 제 8게임단이라는 팀을 창단하게 됩니다. 비용은 다른 7개 팀이 지불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떠오르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리그오브레전드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이스포츠의 위기는 곧 이스포츠 위기로 결론지어졌는데 실상 지나고 나서 보면 이스포츠는 그때도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시청자들은 그대로 있었는데 리그오브레전드 시청자들은 늘어나고 있었으니까요. 그때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달라지면 어떤 조직이나 사회는 특정 환경에 처하게 되지만 그것이 곧 인류의 진보를 막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실 그전 시점으로 올라가거나 이후 시점에도 이런 예들은 계속 있습니다. 특별하지 않아요. 

 

한 가지 더 예를 들면 2020년부터 온게임넷 폐국에 관한 루머들이 돌기 시작합니다. 물론 완전히 폐국되기 전에 OPGG에 인수되게 되지요. 대한민국 이스포츠의 산 증인인 온게임넷의 폐국 루머는 당연히 당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게임이 출시되지 않거나, 게임을 하지 않거나, 열려야 할 리그들이 열리지 않거나, 우리 콘텐츠를 봐주어야 할 소비자들이 더 이상 보지 않거나, 콘텐츠를 제작 및 송출해야 할 상설경기장의 수가 축소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이런 종류의 글들을 많이 써왔습니다. 제 글을 오래 봐오신 분들은 저의 이 논조를 기억하고 계십니다.

 

내친김에 전으로도 한번 돌아가볼게요. 스타크래프트가 나온 시기는 1998년입니다. 1999년에 방송 대회가 생기고 이후 2003년부터 프로리그가 시작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우리가 흔히 구분하는 온라인 게임이 아닙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PC패키지 게임이지요. PC패키지란 기본적으로 싱글 모드를 지원하는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보면 사용자 간 대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진실로 놀라운 부분이긴 하지요. 그러나 세계는 거기에 멈춰있지 않지요. 이후 국내에서는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나왔고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사람들을 이제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사용자들이 다른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있었던 그 시대 많은 업계인들이 서로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곧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망할 거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거라 예측할 수 있겠지요. 게임을 하지 않는데 게임을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더군다나 새로 유입되는 사용자들은 스타크래프트를 전혀 알지도 못할 거라 생각했고요. 많은 사람들은 머지않아 크게 축소될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더더군다나 그 외의 악재도 계속 있었어요. 엄청난 규모의 승부조작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23년인 지금도 대회를 하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이스포츠에 대한 악재는 당연히 신규 투자를 막았습니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고 적어도 보수적인 집행을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겪지 못한 것에 대해서 적극적이기가 쉽지 않아요. 가본길을 훨씬 더 빨리 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경험은 지금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적용이 되고 있어요. 만약 스타크래프트 이전에 우리가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스포츠 전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물론 요소라는 것은 이것 하나밖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이미지를 누르면 NRG CEO의 성명 영상으로 넘어갑니다.

 

가장 먼저 결론이 난 팀은 CLG입니다. 금일 NRG의 CEO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CLG는 NRG에 인수가 되고 NRG는 LCS에 다시 복귀하게 됩니다. 이 관련해서 제가 아카이브에 남긴 코멘트 중에서 핵심적인 내용만 가져와 볼게요. 'CLG가 NRG의 인수가 된 사건은 아주 심플하게 자본이 들어온 사건이라고 판단' 대표의 발표 중에는 Madison Square Garden Corporation이 NRG Esports의 메이저 주주가 될 것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는 NRG가 자체 자본력으로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인데요. MSG 코퍼레이션이라도 표현된 MSG 엔터가 사실상 주인이라 볼 수 있어요. 

 

MSG는 경기장과 극장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오너이신 제임스 로런스는 뉴욕 닉스(NBA)와 뉴욕 레인저스(NHL)를 소유하고 있지요. 팀 사업에 대한 이해가 아주 높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요. 그러면 이제 공개된 정보로 해석을 해보면 NRG는 CLG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MSG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지분 스왑 같은 거였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보면 MSG는 NRG에 투자를 함으로써 NRG와 CLG 두 개의 팀을 소유하게 된 것입니다. NRG는 샌프란시스코 쇼크라는 팀을 운영하고 대표인 Andy Miller는 새크라멘트 킹스(NBA) 공동 소유주입니다. 

 

CLG의 경우 평가를 받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민해 볼 가치는 있었을 것 같아요. 결국 근본적으로는 팀 사업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NRG, MSG 둘 다 시설 등과 연계를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누군가가 생각할 수도 볼 수도 없는 것들 중 다른 누군가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팀도 도구이기에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낼 수 있는 결과물이 다릅니다. 그래서 결국 아카이브에 적은 바와 같이 '다만 CLG는 스스로는 할 수 없게 된 것뿐이에요'로 귀결이지요. 이스포츠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 아닙니다. 

 

TSM CEO responds to report of esports exit & confirms CSGO team still coming by DEXERTO

 

결과론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데 LCS를 보면서는 여러 해석을 했던 것들은 사실이에요. 그중에서도 소속 단체들의 경영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요. 특히 대체로 이번 사건에 중심이 된 팀들의 CEO들은 비교적 사회 경험이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어요. TSM의 'Reginald'와 CLG의 'HotshotGG'는 프로게이머 출신이고 각각 92년생 90년생입니다. EG의 대표님은 더 어려요. 이런 저의 사고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는 G2의 CEO였던 카를로스 로드리게스(90년 생)였습니다. 'ocelote'이라는 아이디로 유명한 프로게이머이자 개인 스트리머습니다.

 

G2로 인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업계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경영인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가 만든 회사를 그런 그가 지금의 이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G2는 다행히도 여전히 있지만 카를로스는 G2로 돌아오진 못할 거예요. 오늘날에 이르기 전까지의 이들의 성공에는 전부 동일합니다. EG를 제외한다면 프로게이머 출신이라는 유명세로 자금을 끌어 모았고 스스로의 생각대로 사업을 이끌어 왔습니다. 실제로 보이는 것 만으로는 괜찮아 보였어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것인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자기 자리에 들어온 건지를 정확히는 알 수 없었어도 말이지요.  

 

물론 출신과 나이는 문제가 안됩니다. 대표적으로 1984년생인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저커버그는 2004년부터 CEO였습니다. 경영에 전념한 시기가 이후라고 해도 20대 중반이에요. 지금도 건재하죠. 그렇다면 저는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언제나 중요한 것은 인사이트입니다. 그것이 결국 조직(팀)의 운명을 결정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핫샷을 제외한다면 레지날드와 오셀롯은 다소 독선적이고 거친 모습을 보여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리스크였어요. 다른 의미로는 결국 CLG가 선택을 받은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참 복잡한 것이지요. 

 

그러면 이쯤에서 제가 재편이라고 한 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MSG는 CLG의 경영을 앤디 밀러에게 맡기는 것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는 단도직입적으로 핫샷에게 더 이상 맡기지 않겠다는 의미이지요. 저는 이렇게 판단을 하고 싶어요. 'CLG의 핫샷은 할 수 없지만 NRG의 앤디는 할 수 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CEO라고 해도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는 그 증명하는 것에 끊임없이 너무 매달려 있어요. 그리고 자꾸 설명하려 하고요. 

 

제가 생각할 때 여기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내용은 조직은 시장 내에서 끊임없이 재편을 한다는 것이에요. 이 재편은 결국 무엇을 위함이냐 하면 생존을 위함입니다. 조직이 생존하지 못하는데 그 길을 주장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요. 여기에는 우리가 가진 타이틀이나 출신이나 혹은 배경이나 그 외 어떤 것들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그렇다면 앤디 밀러가 CLG를 나중에 포기할 수도 있는지 물을 수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래서 이 시대를 사는 또 저의 글을 읽으시는 젊은 CEO님들은 실수가 없으셔야 하고 그 와중에도 판단도 빠르셔야 해요. 또 내용도 정확해야 해요. 

 

[Sources] Layoffs Hit Evil Geniuses

 

이제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넘어간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많은 수의 국내외 팀들의 CEO의 경영권은 언제든 사라져도 이상하지는 않은 구조인 건 맞아요. 투자란 그런 의미예요. 반대로 보면 이미 전문 경영인이 있는 곳에는 강도 높은 새 평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요. 물론 일찍 전문 경영인 체제로 넘어간 곳이 있긴 합니다. 또한 대표가 계속 바뀌어 온 곳도 있고요. 다만 오너가 아닌 게 전문 경영인이라는 뜻은 아니지요. 좋은 평가를 받을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출신 여부와 관계없이 연말까지 한차례 혹은 그 이상으로 점검을 받긴 해야 할 듯해요.

 

연장 선상에서 이스포츠를 안다는 것과 이스포츠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서로 상호 관련이 없을 수 있어요. 뼈아프지만 해야 할 이야기가 맞고요. 적합한 인재인지를 판단하는 입장에서는 사업을 맡겨도 되는 것이고 혹은 직접해도 상관없겠습니다만 지금과는 다른 도전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판단 정도는 하진 않을까 생각은 해요. 이스포츠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수 있어요. 우리가 부심이 부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서글퍼지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같이 오래 이곳에 있고 싶으니까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셔야 해요. CLG처럼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는 사람은 좋은데 상황 파악은 못하는 것보다 사람은 그냥 그런데 사업은 잘하는 사람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을 해요. 물론 이 두 가지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은 아니에요. 사람도 좋고 적응도 잘해 좋은 판단을 내리고 그로 인해 경쟁력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특징은 이런 것을 잘 몰라요. 그리고 티가 가장 많이 나는 자리가 CEO고요. 역사를 보면서 망하는 왕국의 왕들을 보고 재들은 왜 저런 판단을 했는지를 쉽게 비웃을 수 있지만 같은 일들은 계속 일어나지요.  

 

저는 이 글의 기조를 연말까지 끌고 갈 생각입니다. 그 시기쯤 되면 경제가 지금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만은 아니고요. 그것보다 정리(재편)가 얼추 완성이 될 것 같기 때문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어요. 미국은 보통은 선행 지표예요. 그래서 유럽이나 한국에서 앞으로 있을 수 있을 일들이 미국에서 선행되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물론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 있다와 같은 이야기는 빠져나가기 위함이 아니고요. 겉으로 드러나냐 혹은 드러나면 얼마나 크게 드러나냐 이런 종류의 이야기예요. 강도에 차이에 따라서 다르게 반응할 수만 있을 뿐입니다.

 

재편의 시기는 길 지언정 결국 끝납니다. 어둠이 아무리 칠흑 같아도 때가 되면 해는 뜨니까요. 영원한 건 없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우리가 언급한 비슷한 경력 그림을 지닌 그 3분의 CEO도 그 한 세월을 보낸 것일 뿐일 수도 있어요. 곧 끝이 나고 새 사람들이 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전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새 역사를 써요. 그렇게 또 다른 한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이 작업은 계속 반복되지요. 결국 그 속에서 변함이 없는 것은 오직 앞으로만 갈 뿐이라는 사실 정도겠네요.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