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자 게임메카에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왔는데요. 제목이 이렇습니다. "국내 비인기는 옛말,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이후 글옵) TOP 20진입" 기사 내용을 보면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인기게임순의 TOP 50에도 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TOP 50인 이유는 게임 메카가 50위까지만 산출하기 때문이지요. 게임메카는 카운터 스트라이크2(이하 카스2)의 출시가 가시화되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카스2는 글옵을 계승합니다. 오버워치2가 오버워치를 계승하는 것과 같습니다. 게임메카는 글옵이 4월 27일 스팀 최대 동접자를 갱신하면서 서비스 말기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 영향이 한국에도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니 타당하다 여겨집니다.
보통 퍼블리셔의 리그 정책에 관한 서술을 할 때면 3가지로 분류하곤 합니다. 그중 오늘은 라이선스만 살짝 살펴봅니다. 라이선스란 오거나이저가 리그를 개최할 수 있는 권리를 퍼블리셔로부터 획득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라이선스가 있는 이유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최근에는 많이 없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높은 상금을 내걸어 세간에 이목을 집중시킨 대회가 종료 후 돌연 상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상금을 지급하지도 않았는데 버젓이 후속 리그를 또 개최하는 사례도 발생했지요. 돈은 벌어야 하기에 대회는 진행해야 합니다. 어쩌면 후원사와의 약속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돈은 없으니 상금은 못줍니다. 상황이 심지어 모두에게 안쓰럽기 그지없는 것이지요.
물론 소비자들은 몇몇 오거나이저가 일으킨 문제에 대해 퍼블리셔를 욕할 근거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퍼블리셔에게 특정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에 대한 요청은 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의 요청은 퍼블리셔 역할론에 대한 근거로 충분합니다. 오거나이저들은 퍼블리셔에게 경영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밸브의 경우에는 글옵에 관해서는 공식적으로 후원하는 리그를 선정해 왔습니다. (일반적인 형태인 팀이 아닌) 오거나이저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구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오거나이저는 PGL, IEM, BLAST.tv(*최근 첫) 등입니다. 2023년에 BLAST.tv 메이저를 끝으로 글롭 메이저는 더 이상 열리지 않습니다. 내년도 PGL는 카스2로 개최되게 됩니다.
메이저는 일반적으로 총상금이 백만 달러 이상일 경우에 받을 수 있게 되는 이름입니다. 한화로는 약 13억원 정도 됩니다. 이런 수준의 대회가 연간 2회 정도 개최됩니다. 다만 올해는 1회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 올해 메이저를 첫번째로 개최한 BLAST.tv가 없었다면 (어쩌면) 한 번도 열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열였을 수도 있지요. 반대로보면 그마만큼 발로란트의 공세가 강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도 달리 생각해 보면 카스2가 가장 적절한 시기에 공개가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BLAST.tv를 언급하면 가장 완벽한 징검다리가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결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역대 3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보인 대회였다는 평가였으니까요.
카스2에 대한 발표가 없었다면 글옵 이스포츠는 분명 위기였습니다. 오죽하면 북미에서는 연습할 프로가 없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발로란트 등으로 대거 넘어간 것도 그렇지만 메이저도 없는 것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건 성장할 모멘텀이 될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그 부분이 해결이 되니 차츰 다른 부분도 해결이 되는 것 같은 인상입니다. 카스2는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만 단순히 그 정도로만 끝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라이선스 제도로 이스포츠를 운영할 경우 전통적으로 종목이 약할 때는 퍼블리셔의 힘도 같이 약해집니다. 물론 반대로 종목이 힘을 얻게 되면 퍼블리셔도 같이 힘을 얻습니다. 드디어 취업에 성공한 남편이 이제는 반찬 투정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지요.
물론 밸브가 금일 발표한 라이선스 정책에 대한 내용은 반찬 투정과 같은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겠습니다. 이제부터 주요 내용을 같이 살펴보도록 할게요. 밸브는 최근 몇 년 동안 프로팀이 경쟁할 수 있는 공평한 경쟁의 장의 개념이 사라졌다고 언급하면서 상위 대회가 사업성에 근거해 구성되어 생태계는 폐쇄적으로 변했다고 언급합니다. 예를 들어 ESL FACEIT 그룹의 Louvre Agreement (PDF)에 의거한 ESL 프로 리그 서킷 소속 팀과 BLAST 프리미어 파트너팀은 연중 주요 경기에 초청되었다고 지적합니다. 밸브는 이러한 정책은 글옵의 글로벌 랭킹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다른 팀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매우 강한 표현이고 어떻게 보면 일종의 비난이라도 할 수 있겠습니다.
주요 사항 3가지를 같이 확인해 보겠습니다. ① 토너먼트 주최자(오거나이저)는 이제 참가하는 팀과 고유의 비즈니스 관계를 포함 그 외 어떤 이해 상충도 없어야 한다. ② 모든 토너먼트에 대한 참가는 밸브의 랭킹 시스템 또는 공개 예선을 통해 선정되어야 한다. ③ 상금을 포함해 모든 참가팀에 대한 보상은 공개되어야 하고 커뮤니티에서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퍼블리셔는 오거나이저와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은 라이선스 방식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장점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생태계가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메이저가 1회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 만약 라이엇게임즈가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올해 열지 않겠다고 발표한다면 시장의 파급력은 엄청날 것입니다. 그러나 라이선스 방식에는 이런 일들은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기타 운영에 대해서 번거로운 일에서 자유롭습니다. 번거로운 일들은 전부 오거나이저들이 합니다. 퍼블리셔는 후원사에 가깝습니다. 또한 오거나이저들은 팬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선수나 팀은 상대적으로 오거나이저에 비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단점은 게임을 1순위로 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거나이저에게 이스포츠 대회는 일차적으로 돈을 버는 수단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오거나이저는 게임이 잘되는 것으로 직접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퍼블리셔에게 게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대상이지만 오거나이저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게임이란 게임 그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이 가진 이미지를 말합니다. 이스포츠는 게임의 이미지에 영향을 줍니다. 결과적으로 리그가 게임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밸브가 추구하는 이스포츠 대회는 공정 경쟁을 표방한다고 강조한다는 것은 게임의 이미지가 그러하다는 것(공정 경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스포츠에서 초청 팀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지만 문제가 크다고 봤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오거나이저는 소비자가 원하는 선수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조직귀와 (심지어) 팬들 모두 무차별적 경쟁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롭고 싶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라이선스라는 것은 그러한 부분에 약점이 있습니다. LEC나 LPL이나 LCS가 T1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지는 않으니까요. 이는 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기가 있는 선수는 후원사를 유치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발목을 잡는 것이 되기에 유스풀을 키울 수가 없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글옵 때에는 타이틀(밸브)의 힘이 약했기 때문에 말을 못 하다가 원래 우리 뜻은 이거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말로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행동을 보여줘야 하지요. 하루 핸드폰을 보고 있는 아빠가 아들에게 게임 좀 그만하라고 말을 한다면 그 장면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일 것입니다. (물론 우리 집 이야기는 아닙니다. -_-) 이를 테면 그러면 오거나이저들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라는 것에 밸브는 이런 대답을 내놓습니다. '밸브의 랭킹 시스템을 사용해라' 물론 뒤에 공개 예선도 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리소스가 아주 많이 필요하겠지만) 못할 것은 없죠. 그런데 사실상 랭킹 시스템에 무게를 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부분으로 언급한 것도 그렇지만 오거나이저 입장에서는 더 편한 선택이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다만 리그 일정 자체는 조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기본이고요. 그런데 그 외로도 볼맨소리는 나올 거예요.
인기팀과 인기팀이 아닌 경우 시청률 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그러나 이건 누구를 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시청자에게 보기 싫어도 봐라고 할 수도 없고 인기가 없는 팀에게 인기가 있으라고 할 수도 없고 인지도가 없는 선수에게 왜 인지도가 없냐고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자연히 대회를 치르는데 돈이 많이 드는데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것에 (오거나이저가) 아무 소리 안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밸브는 이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밸브가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떤 언급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죠. 다만 엄마가 지금까지는 밥을 차려주다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안 차려 준다고 하면 당황은 오로지 그 아이의 몫이 된 것뿐이겠지요.
끝으로 보상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건 단순하게 보면 문제없게 만들라는 의미예요. 편의상 프로모션 팀들이라고 표현할게요. 프로모션 팀들에 대해서 참여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어떤 식으로든 (다른 방식으로) 보전하려면 할 수 있어요. 물론 위에서 언급한 부분에 의하면 이미 참여 자체가 보장을 못 받는 거기 때문에 애초에 어느 정도까지는 차단이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단순하게는 이렇게도 볼 수 있어요. 상금 분배를 최대한 넓게 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차원이지요. 또 그 외로도 비용 등등을 보전하는 차원으로도 풀 수 있는 문제이고요. 그러나 공개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팬들이 보게끔 하라는 것이에요. 팬들이 보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지요. 꼼수 부릴 여지를 지웁니다. 적어도 밸브가 귀찮아질 상황은 만들지 말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적절한 타이밍에 필요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카이브에도 같은 내용을 적었습니다. 지금보다 빠르게 언급했다면 글옵으로 대회를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던 오거나이저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너무 늦게 하면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작업이라 정책에 따라는 올지 모르겠지만 오거나이저들이 밸브는 세련되게 보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카이브에 언급드린 바와 같이) 끝으로 리그는 물과 같아요. 내려오는 물이 적으면 고입니다. 다만 이걸 강제로 개방하면 물이 마르게 되죠. 그래서 새물을 넣어주면서 길을 터야 합니다. CS2는 좋은 소재이지요. 그러나 밸브는 밸브 나름대로 이스포츠에 관해 직접 해야 할 일이 있을 겁니다. 오히려 우리 같은 제삼자는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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