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최대의 적이 뭐냐고 묻는다면 보통 뭐라고 대답하시나요?
돈이 왠수라고 대답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남편이나 부모 또는 자식과 같은 가까운 사람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컨디션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컨디션 관리가 힘들었습니다. 이 컨디션에 따라서 퍼포먼스 차이도 많이 나는 편입니다. 놀라운 인사이트를 내놓을 때도 있지만 어느 때는 평범하게 하는 이야기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멍~ 하다고나 할까요?
저에게 있어서 컨디션은 주로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고, 일하는 장소에도 영향을 받으며 작게는 커피를 마셨는지 여부와 같은 것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최대치 개념의 '활력'이라는 것을 굳게 믿습니다. 결국 컨디션이란 쓰면 없어지는 활력의 당일 최대치인 것이지요. 또한 같은 선상에 있는 바이오 리듬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매너리즘은 직장인에게는 아주 큰 이슈입니다. 과연 컨디션과 활력은 이 매너리즘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누구나 재미있고 즐겁게 일을 할 것만 같은 이스포츠 업계에서도 매너리즘은 예외가 아닙니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 알았던 이스포츠와 직업으로의 이스포츠는 많이 다르니까요. 게임회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게임회사에 다니는 사람 중에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 대부분은 게임을 좋아했는가를 물어볼 때 게임을 좋아했다고 말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통의 일이라는 것은 쉼의 반대말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일의 다른 해석으로는 곧 고통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고통은 사람에게 즐거움이 되지 못하지요.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정말 매운 음식이 땡기시나요? 놀이 공원에 가서 자이로드롭을 타고 싶으신가요? 이거 당연 정상이십니다.
매너리즘은 개인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출현하고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한가지 뚜렷한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어제 최근에 아카데미에 합류한 원완희 팀장님과의 이런 대화를 했습니다. 예전에 한 코치님이 계셨는데 이미 학생들을 가르칠 만큼 게임에 대한 지식은 충분하니 더는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이 코치님에 대해 사회는 과연 어떤 평가를 하려 할까요?
어쩌면 매너리즘이란 '게임을 하는가 하지 않는가'라거나 (더나아가) '자기 개발을 하는가 하지 않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피상적인 것들이지요. 실제는 '마인드' 곧 자세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언급드리면 이 마인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저는) 컨디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에서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을 '하겠다' 혹은 '하지 않겠다' 결정할 때 이 컨디션이 제일 크게 작용합니다.
최근 리니지M 프로모션 사건을 보면 (*스트리머 여포가 프로모션 BJ 철회를 요구하며 NC 본사에 10대 트럭 시위를 한 사건) 여러 가지로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프로모션 BJ들이 아주 독특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프로모션BJ란 리니지M 이전에 리니지W에서 처음 선보인 모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퍼블리셔가 크리에이터를 돈을 주고 고용해 게임을 시킨다는 컨셉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프로모션 BJ들이 그 게임의 시리즈를 오래 해왔고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돈을 받고 게임을 하니 더 재미있게, 더 많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웬일인지 실제로는 게임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겨우 계약 시간을 채울 정도로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죠. 가장 유명한 프로모션 BJ는 인범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올라온 영상 중에는 프로모션 BJ를 그만한다는 내용이었죠. 거기서 인범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프로모션BJ를 그만해도 이 게임을 계속할지를 알아보고 싶어"
인범의 모든 리니지W 프로모션 영상은 지금도 재미가 있습니다. 라이브 시청자 수도 높은 편이지요. 텐션이 아주 높습니다. 누가 봐도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그 마음을 정직히 들여다보니 실제로는 확신이 없었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이것을 가장 고차원적인 매너리즘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위에 코치님 사례에서 언급한 열심히 하지 않는 매너리즘은 진정한 매너리즘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고 있는 그 매너리즘은 매너리즘이 아닌 것이지요.
그것은 그냥 일을 안 하는 것입니다.
진짜 매너리즘은 인범의 케이스처럼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또 최선을 다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사회적으로 꽤 의미를 가지는 일들이 됩니다. 어떤 프로젝트였다면 끝나고 나면 나름 뿌듯함도 있습니다. 혹은 주변에 잘했다는 칭찬도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내가 매너리즘에 빠져있지 않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어느 때나 인범과 같이 정직하게 자신을 내면을 돌아봐야 하는 것이지요.
이제 제가 이 한 주간의 소식들을 돌아보면서 이 주제에 관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① CoD리그, 2023 시즌 12월에 시작
② OW리그, 2022 시즌 플레이오프 및 그랜드 파이널 10월 31일부터
③ 프리파이어 월드시리즈, 11월 태국 개최
④ 펍지 모바일, 중국VS동남아 Regional Clash 개최, 한국VS일본은 RIVALS CUP
전체적으로 보면서 하나 같이 느껴지는 점은 그저 이것저것을 조합한 진부한 컨셉이라는 것입니다. 자~ 이제 여기서 갈림길입니다. 우리는 이 순간 두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이스포츠가 특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일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스포츠란 게임을 매개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목적인데 거기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이스포츠 컨셉에 맞는 것이지를 묻는 것입니다. 물론 말은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입니다. 게임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이스포츠라 부를 수는 없으니까요.
또 무조건 바꾸는 게 좋은 게 아니죠. 그래서 가능한 선에서 차이를 두려하는 노력을 폄하해서는 안되죠. 그러니 제가 진부한 컨셉밖에 없다고 앞에서 설명한 것을 리그 매니저님들이 들으면 어느 정도는 서운하다 못해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저라면 진짜 짜증이 났을 거예요. 다만 남이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못해도 우리는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요. 우리가 우리가 가진 것 중에 어떤 것을 쓰레기라고 표현해도 되는 것은 어쨋거나 결과적으로 우리를 위함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가 되기 때문이지요.
'아 정말 나는 돌머리야!' 라는 표현을 내가 나에게 쓰는 이유가 실제로는 돌머리가 안되어야 하기 때문인 것과 같습니다.
전통 스포츠에서의 리그는 컨셉이 문제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변화가 있으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저런 잣대를 들이미는 것일까요? 다른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리그는 리그 자체가 곧 콘텐츠이자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조를 이야기할 때는 전통 스포츠를 갖다 대지만, 상품을 이야기할 때는 콘텐츠 산업과 비교하게 되지요. 그래서 '진부한 드라마'와 같은 '진부한 이스포츠'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드라마는 각본이 있으나 이스포츠는 각본이 없습니다. 따라서 선수가 각본과 연기를 동시에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스포츠와 비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것이 때로는 우리에게 핑곗거리를 주는 것과 동시에 매너리즘에 빠지게 하는 가장 근원적 원인이 됩니다. 이를 테면 내가 할 일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것을 최대한 문제없게 하고 그 선수가 치른 경기를 최대한 시청자들이 시청하기 좋게 만들어 내는 것까지라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수억을 들여서 개최되는 대회 속에 담당자들은 보통 하루 종일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합니다. 그러나 시청자 수는 아주 형편없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일이 끝난 후에 수고했다고 서로를 격려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쩌지 못하는 무거움이 있습니다. 이 일이 가치가 있었는지, 다음에 또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오~ 장담하는데 제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시즌 한 시즌을 넘겨온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의 가장 마지막 담당자가 저였습니다.
우리의 일은 어떤 한 요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유를 찾으려면 언제든 아주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찾기 쉽고 그 이유에 납득이 되면 도리어 매너리즘에 더 빠지기 쉽습니다. 이를 테면 "타이틀이 국내에서 인기가 없잖아", "FPS는 관전에 있어 직관적인 부분이 약해", "퍼블리셔의 예산 너무 작아", 과거 같으면 "해외와 국내가 서비스 버전이 달라" 등 정말 많습니다. 이렇게 봐도 하나 같이 다 납득이 됩니다. 그래서 일이 재미가 더 계속 없어지지요.
그런데 이 세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와중에도 솟아 나오는 명작이 있습니다. 아직은 끝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최근에는 발로란트가 그 대열에 합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재미있는 부분은 어떤 성공에도 우리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를 대게 되고 그것조차도 우리가 매너리즘에 더 깊게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이를 테면 "발로란트는 라이엇이자나!" 결국 라이엇이 아닌 우리는 라이엇처럼 할 수 없으니 일이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군요. 이렇게 그 끝을 알 수 없는 늪에 빠져가게 됩니다.
저는 이것을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오늘 설명하려고 합니다.
첫번째로는 이런 나의 상황과 상태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인범처럼 프로모션을 포기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상태로 자신을 스스로 밀어 넣어야 합니다. 지금 매여있는 일을 포기하고 새로운 상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업무가 주어졌다면 이 업무가 어떤 모양으로 되는 것을 원하는지를 들으려고 하지 말고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정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완성이 되었다면 밀어붙이세요. 여러분의 조직장에게요.
여러분의 조직장과 회사가 여러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를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마세요. 여기는 직장입니다. 우리는 정답이 항상 있는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아니에요. 여러분의 조직장도 그 위에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 위에 사람도 더 위에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 연습을 지금부터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짧은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묻지 않아서 생각을 펼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주장하지 않아서 모르게 되었던 경우가 더 많습니다.
두번째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지극히 빅픽처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지극히 빅픽처적인 것이 지극히 글로벌적인 것이 됩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어떤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 개인의 경험에 충실하세요. 오늘의 예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면 우리의 일은 "그렇다면 진부하지 않은 것은 어떤 것인가요?"라고 누군가에게 물어서 해답을 들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나에게 안 진부한 것, 나에게 신선한 것, 그것을 찾으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일에 투영하셔요.
저는 이 마인드셋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매너리즘을 이겨내는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내가 즐겨하는 게임에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모든 것들에서 내가 신선한 것을 발견하고 또 그것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내가 이 일을 하기 전 누군가가 만들어 낸 이스포츠를 보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이제는 내가 직접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나지 않습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만일 컨디션이 나쁘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사람은 마인드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몸으로 일을 하는 것이죠. 따라서 활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휴일에는 쉬셔야 합니다. 쉴 때는 활력을 보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각자의 방법들이 다 다양하게 있으시겠습니다만 저는 일드도 보고 애니도 보고 등산도 합니다.
자! 이제 결론을 내려볼게요. 우리는 모두 매너리즘에 빠지 싶어 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 매너리즘은 보통은 상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우리 정서에 좋지 않습니다. 우리의 이상과 우리의 현실은 언제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 사이에서 괴로워합니다. 일도 이 법칙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죠. 그래서 특별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의 시작은 의지에만 달려있지 않고 거의 많은 부분이 습관에 달려 있습니다. 컨디션을 관리하는 습관 말입니다.
주어진 모든 일에 대해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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