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결론을 내리는 글이라기보다는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을 착안해야 하는지를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그 전에 물론 이 변화라는 것은 반드시 좋은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런 내용들이야 당연히 알고 계시는 것이지요. 변화의 반대말은 과학적 관점에서는 불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변화란 혁신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적 관점에서 혁신의 반대말은 진부가 되는 것이지요. 추가로 문화적 관점에서 볼때 변화의 반대말은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애초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이지요.
많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구성원을 인재상으로 두고 있습니다만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말로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업 홈페이지에 "우리는 이런 사람들입니다."는 곧 그것을 증명하는 것과 동일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실제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오늘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한 곳을 이야기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회사는 라이엇 게임즈입니다. 그중에서도 LEC이고요. LEC 중에서도 이번에 신규로 도입된 리그 구조를 소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스포츠는 전통적으로 크게 리그와 토너먼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리그는 리그에 속한 팀들이 이미 정해진 매치업대로 경기를 진행한 후 또 정해진 규정대로 우승팀을 선발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경기수의 확보는 안정적인 노출이 확보된다는 뜻입니다. 이는 리그에 속한 모든 팀은 최저 이하로의 홍보효과로 떨어지는 경우가 없게 해줍니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리그 내에서만 활약이 가능하게 되는 일종의 구속의 의미가 생깁니다. 따라서 선수 활동에 있어 비교적 강도가 강한 제도적 적용들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토너먼트는 첫 번째 경기에서 바로 탈락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홍진호 선수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홍진호 선수의 경기를 계속 보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홍진호 선수가 만약 16강에서 탈락을 한다면 이는 그 토너먼트가 끝날 때까지 홍진호 선수의 경기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토너먼트의 경우 홍진호 선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기업 홍보를 하기 원하는 기업은 홍보 효과의 측정이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선수는 활동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만약 이번 토너먼트는 나가고 싶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안 나가도 누구도 그것에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토너먼트의 장점은 빨리 달아오르고 바로 끝납니다. 리그의 장점은 안정적인 선수 노출과 홍보 효과이겠지만 토너먼트에 비해서 루주한 면이 있습니다. 후반부에 우승을 할 수 없는 팀도 경기를 해야 하죠. 이것을 보완한 것은 역시 토너먼트입니다. 포스트시즌은 일종의 토너먼트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완전한 보완은 아닙니다. 반대로 토너먼트는 너무 빨리 끝난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이를 보완한 시도로 대표적인 것은 더블엘리미네이션 방식 도입입니다. 그러나 선수의 입장에서는 한 번의 기회가 더 생긴 것뿐입니다. 이 역시 완전하지 않은 것이지요.
만약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면 다른 선택은 없어 지거나 거의 활용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골프나 테니스 등은 여전히 인기 있는 스포츠지만 크게는 토너먼트를 선택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축구 등은 우리가 알다시피 리그를 우선으로 하되 토너먼트를 섞는 구조를 선택합니다. 야구, 농구는 상대적으로 리그에 매우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쯤에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 상당한 오랜 역사를 지니는 것에 비해서 구조의 변화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혹자는 그래도 팀 경기는 리그가 잘 어울리고 개인 경기는 토너먼트가 잘 어울린다고 말합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인기가 있는 스포츠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①Soccer, ②Basketball, ③Cricket, ④American Football, ⑤Hockey, ⑥Tennis, ⑦Golf, ⑧Baseball, ⑨Rugby, ⑩Formula 1 Racing. 확실히 테니스와 골프를 제외하면 나머지 스포츠들은 주로 리그 지향적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일단 여기서 편의상 Formula 1 Racing은 팀 게임이라고 합시다. 우리가 그 논쟁을 하기 위해서 오늘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저는 '얼마나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테면 가끔 엄청 복잡한 포스트시즌 모델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리그의 장단점과 토너먼트의 장단점을 최대한 결합해보려고 하는 것이지요. 의도도 순수하고 목적도 분명합니다. 다만 한번에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의 이해를 실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는 더 좋은 거니 그건 고객이 공부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에게 스포츠란 그저 휴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어려우면 안됩니다.
혁신이 좋은 것이고 전통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신기술의 도입이 반드시 퍼포먼스의 향상을 가져오지 않지요. 불변의 진리를 부수려는 노력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 드린바와 같이 모든 것은 오직 어디에 가치를 두는가입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혁신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LEC는 과연 어떤 리그 구조의 도입으로 고객에게 강요 없는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했고 무엇 때문에 그 결과가 나름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게 되었을까요?
리그오브레전드의 전통은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으로 연간 두개의 시즌을 진행해 왔습니다. 가을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 챔피언십을 중심으로 두 개의 시즌이 앞에 포진하게 되는 것이지요. 스프링시즌과 서머시즌 사이에는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이라는 브리지 성격의 대회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중간 텀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그래서 스토브 리그라고 할 수 있는 겨울 시즌까지는 휴식이 없습니다. 스토브 리그에 계약이 완료되고 스프링 시즌 전에는 토너먼트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습니다. 다만 있든 없든 전체적으로는 변화 폭 자체가 좁은 것이지요.
그런데 LEC는 이것을 비틀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이 오기 전에 연간 3개의 시즌을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지요. 따라서 다른 리그에서는 이제 2라운드 중반을 향해서 가고 있는 때에 이미 한개의한 개의 시즌을 종료하였습니다. LEC는 이것을 윈터 스플릿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스프링과 서머 시즌을 포함해 하나의 시즌을 그 앞에 넣은 것이지요. 이와 동시에 경기 시간도 줄였습니다. LEC 담당자의 설명에 의하면 보통의 한 개의 스플릿의 경기 시간은 총 130시간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윈터 스플릿은 95시간이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시즌도 비슷할 거예요.
리그의 구조는 정규리그와 그룹스테이지 그리고 플레이오프로 이어집니다. 전반적으로 롤드컵과 비슷합니다. 일반 리그가 보통은 더블라운드로빈(*홈앤어웨이로 두번 붙은 방식)인데 이 신규 도입은 10개 팀 싱글라운드로빈으로 바뀝니다. 따라서 3주 만에 정규 시즌이 끝나요. 그다음 그룹 스테이지는 8개 팀이 2주 동안 더블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여기서 4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그다음 2주 동안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우승팀을 가립니다. 고객이 기억할 것은 싱글라운드로빈과 더블엘리미네이션밖에 없군요.
리그오브레전드의 프랜차이즈 리그는 승격강등이 없습니다. 따라서 일명 누워버리는 팀이 나옵니다. 리그로 인해 수익은 모든 팀이 동일하게 분배받는데 더 투자를 할 이유를 못 느끼는 팀들이 나오는 것이지요. 강등이라도 있으면 그런 점이 보완되지만 말씀 드린바와 같이 강등이 없습니다. 리그는 이러함을 보완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포스트 시즌을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게는 몸보다 머리가 더 커지는 모습이었습니다. 기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LEC의 구조는 색다르게 보입니다. 마치 체질을 개선한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LEC는 이 첫번째 리그의 결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고 시청률은 572,257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이지만 평균 시청률은 280,218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좋은 기록입니다. 평균 시청률이 높다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을 경기의 수를 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LEC는 AMA(분당 평균 시청자수)가 2019년 봄 시즌에 비해 최대 40% 증가했다고 주장합니다. AMA란 단순하게는 경기 집중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바람이 들락날락거리는 것이 아니라 핵심 고객이 오랫동안 경기를 본다라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결론을 내려볼게요. 제가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 적은 바와 같이 LEC는 여하튼 스플릿을 3개로 쪼개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경기를 더 많이 만드는 것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정확한 평가는 적어도 1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것은 단순히 시청률 지표로만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선수와 팀, 또 방송의 부하적 측면 등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관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또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데 있어 어느 정도 부담이 있을지도 확인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결국 성적일 것입니다. 이 변화의 목적은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변화의 목적은) 더 나은 경기를 보여주기 위함이니까요. 지금도 LEC가 월드 챔피언십에서 성적이 나쁜 지역은 아닙니다만 만약 더 뚜렷한 결실을 보여준다면 그러한 점도 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근거가 됨은 마땅할 것으로 보입니다. LEC의 이러한 도전은 라이엇 게임즈 전체가 주목을 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좋다면 다른 지역이 도입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요. 끝으로 오해하지 말 것은 이는 팀에게 더 투자하라는 강요의 메시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인류가 인류에게 필요한 변화를 그저 거듭하는 것일 뿐입니다.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이스포츠 인사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03.16)Weekly InSIGHT #43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법 (0) | 2023.03.17 |
---|---|
(03.08)Weekly InSIGHT #42 Newzoo의 선택 (0) | 2023.03.08 |
(02.24)Weekly InSIGHT #40 ESG 경영의 목적 (0) | 2023.02.24 |
(02.16)Weekly InSIGHT #39 시장 규모를 보면 이스포츠에는 문제가 없다! (0) | 2023.02.17 |
(02.10)Weekly InSIGHT #38 AI 기술의 활용 (0) | 2023.0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