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업계에서 오랫동안 전시회라 함은 지스타를 의미했습니다. 저는 이스포츠 업계로 오기 전까지는 게임 마케팅을 했었는데요. 그때의 언어가 남아서 그랬는지 게임도 우리 업계라는 표현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다만 시작이 이스포츠였고 계속 여기서만 있으셨다면 게임 업계를 우리 업계라고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게임을 개발하지 않고 서비스하지도 않기 때문이지요. 오랜 기간 동안 지스타는 팬의 입장에서 방문을 하는 장소였을 수도 있고요. 혹은 일거리를 찾는 수행사의 느낌일 수도 있었고요. 상황에 따라 몇 번은 약간 더 적극적으로 해봤을 수도 있고요.
다만 지스타에서 이스포츠가 메인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스포츠 회사가 부스를 내는 경우도 없고요. 그 이유는 우리가 제공하는 우리 상품은 대게 방송 콘텐츠이거나 선수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B2C를 위한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이랄 게 딱히 없어요. 우리의 상품은 소비를 시작하는 즉시 소비 활동이 끝나버립니다. 시연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스포츠 전시회라는 것은 없습니다. 연장 선상에서 이스포츠 박람회라는 것도 없고요. 더 나아가 이스포츠 축제라는 것도 아직은 분명하지 않은 개념입니다. 이스포츠 대회만 있어요. 대회는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가 축제이지요.
지역에서만 그 말을 씁니다. 그저 축제라는 말을 쓰고 싶은 것뿐입니다. 물론 사회는 사람들이 사용할 단어를 정합니다. 따라서 이스포츠 축제라고 말을 해도 됩니다. 틀렸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차원이라면 이스포츠 전시회, 이스포츠 박람회, 이스포츠 엑스포 등 어떤 말도 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말을 쓴다고 해도 그 말이 모두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언급 한 바와 같이 우리는 이스포츠라고 할 때 연상되는 단어로 대회를 떠올립니다. 그러면 그와 구분된 특징을 지니는 것이 새로 나오기 전까지는 그저 대회라는 말을 쓰면 되는 것이지요.
반대로 어떤 단어가 새로 나오고 쓰이면 그것은 그 단어가 기존의 것들과 분명히 다른 개념이라는 증거입니다. 이를 테면 스포츠와 이스포츠가 같은 개념이라면 인간은 스포츠라는 말만 사용합니다. 반대로 게임 대회와 이스포츠가 서로 같은 뜻이라면 이스포츠라는 단어가 있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지요. 그런데 이스포츠라는 단어가 있고 그 말을 사용합니다. 그러면 다른 것이라는 뜻입니다. 다르지만 알지요.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를 테면 스포츠라는 단어가 이미 있고 그 단어를 이해하기 때문에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알아요.
이 세상은 이스포츠 전시회는 없고 게임 전시회는 있습니다. 이스포츠 축제는 없고 게임 축제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이스포츠는 못하고 게임은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엇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테면 이스포츠 대회란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소재로 대회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게임 시연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면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못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랜파티에서도 게임 대회를 할 수 있습니다. 오~ 단순히 할 수 있다 할 수준이 아니지요.
전통적인 이스포츠는 항상 무대가 핵심이고 무대 진입로에 몇개의 프로모션 부스를 차려 놓고 약간의 축제를 즐기는 모양이었습니다. 주로 대회를 후원하는 브랜드의 부스입니다. 몬스터나 레드불을 나눠줄 수 있습니다. 다트 게임 같은 것을 해서 선물을 줄 수도 있습니다. 주최사가 방문객으로 하여금 특정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MD 상품 판매존이 대표적입니다. 선수나 인플루언서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포토존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대회와는 확연히 구분된 특징입니다. 분명한 축제의 성격이지요.
FESTA~
이스포츠 대회에서 이스포츠 축제로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없는지 경계에 대해서 항상 의심을 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올해도 LCK는 FAN FESTA(축제)를 한다는 기사가 어제 발표되었습니다. 결승전은 대전에서 열리는데 대전 컨벤션 센터의 1전시관은 결승전을 2전시관은 FAN FESTA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LCK 펜페스타는 당연히 리그를 후원하는 후원사와 리그에 참여하는 팀을 위한 행사입니다. 소비자를 만나는데 소비자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 항상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해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다만 종목사의 축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스타처럼 모든 이스포츠를 위한 축제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이지요. 자사의 이스포츠를 위한 행사만 가능합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왜 게임사들은 스스로 전시회를 하지 않고 지스타에 참가할까요? 그 이유는 스스로 하는 것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에게는 언제나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브랜드는 기회비용을 지불할 사람을 넘어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사람까지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것도 적은 금액으로 말이지요. 괜찮은 답이 지스타와 같은 전시회였습니다.
다른 게임이 지불한 기회비용으로 나도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혹은 다 모였기에 감히 비교를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기회비용이 낮아진 것입니다. 지스타는 4일간 18만 4천 명이 방문했습니다. 한 개의 회사가 한두 개의 신작으로 국내에서 이 정도 방문객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최가 정해져 있는 시간이 주는 경제적 효과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들은 미리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진행했을 때 진척률이 좋고 완성도도 높습니다. 시장은 매년 가을이면 지스타가 열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소스가 적게 들지요.
지스타 참가의 가장 큰 목적은 신작 발표입니다. 사실 오늘날의 게임은 대부분 온라인상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부스에서 시연을 꼭 해야 소비자에게 도달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하는 것이 제약 사항이 많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100대를 가지고 왔다고 해도 100명의 스텝을 둘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도우미 부분에서는 많이 못 봐주니 온라인과 큰 차이가 없지요. 오히려 한 번에 100명 밖에 게임을 못하기 때문에 온라인이었다면 불필요한 제약이 있는 것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오프라인 장소에 굳이 나올까요?
지스타에서 신작을 발표하게 되면 주목을 받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핵심은 사람들에게 게임의 존재를 알리는 것입니다. 지스타는 참여만 해도 노출(홍보) 비용을 보상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게임이 그렇지 않고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 이유 때문에 부스가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입니다. 또한 과거에는 스튜디오들도 나름 참가를 해왔었다면 지금은 거의 퍼블리셔 위주로 참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같습니다. 시장에서 퍼블리셔가 브랜드가 더 파급력이 크고 그로 인해서 노출이 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노출이 목적이니 그 길 따라 모두 가는 것이지요.
이제 WCG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금주에 발표된 내용을 살펴볼게요. 쿠키런의 개발사인 데브시스터즈는 신작 쿠키런:브레이버스를 국제 이스포츠 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WCG)에서 공개한다고 15일 밝혔습니다. 쿠키런:브레이버스는 쿠키런 지식재산권 기반의 트레이딩 카드게임(TCG)입니다. 이용자는 쿠키들의 개성이 담긴 카드로 덱을 구성하고 전략 배틀과 실물 카드는 수집하는 콜렉팅 요소를 즐길 수 있습니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사는 2024년 TCG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월드 챔피언십 대회를 통해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TCG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습니다.
간단히 축약해보면 데브시스터즈는 이번에 신작을 발표하는데 그 발표 장소로 WCG를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TCG 장르이기 때문이지요. TCG는 하스스톤, 레전드오브룬테라, 섀도우버스 등으로 대표되는 인기 이스포츠 종목 중 하나입니다. WCG는 7월에 합니다. 데브시스터즈는 이후 11월에 지스타에 또 참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지금 WCG가 지스타와 완전한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하고 싶은 것이지요. 왜냐하면 지스타에서는 WCG에서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을 할 거니까요. 이처럼 비슷한 것을 해도 100% 경쟁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지스타는 킨텍스에서 열리는 플레이엑스포와는 경쟁을 합니다. 둘은 같으니까요.
물론 데브시스터즈가 지스타에 나가지 않을 수도 있지요. 제가 이렇게 언급을 해도 누군가에 눈에는 WCG가 그저 지스타의 대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WCG는 분명 다른 것이라는 주장을 저는 하고 싶어요. 분명 고객이 방문해서 즐기는 것이 어떤 측면과 어떤 상황에서는 서로 비슷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성격이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이스포츠와 관련이 없는 게임 장르인 RPG가 WCG에 나온다는 의미는 아니니까요. 왜냐하면 RPG가 지스타에서 하는 것(시연 위주)을 WCG에서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긴 어려우니까요. 이는 캐주얼 슈팅 장르인 쿠키런이 WCG에 나오는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신작인 TCG가 나오는 것이에요.
이들은 WCG에서 경기를 합니다. "현장에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이윤열의 스페셜 매치, TCG 크리에이터와 유명 스트리머 참여 매치 등을 진행할 계획" 이 발표문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들은 이스포츠를 합니다. 이것을 두고 그저 게임을 하는 것을 이스포츠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그런 것이라면 월드 챔피언십과 같은 비전을 미리 공유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더욱이 이 콘텐츠는 방송으로 전달됩니다. 게임 전시회가 원래 이런 종류의 방송도 포함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요. 못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스포츠 업계는 꽤 오랫동안 지스타에서 일을 받는 수행사거나 혹은 방문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이스포츠가 게임을 제작하거나 서비스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지 이스포츠가 그런 형태로만 참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요. 혹은 새로운 전시회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뜻도 아닌 것입니다. 저는 장담하건대 WCG를 게임 전시회라고 부를 일은 영원히 없을 거라고 믿어요. 다만 이스포츠 전시회 혹은 이스포츠 축제라고는 부를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니,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매우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언젠가는 우리에게서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 BJ들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설명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게임문화라는 아빠와 엔터테인먼트라는 엄마사이에 세 아들이 있는데 가장 큰 형은 게임이고 둘째는 이스포츠이고 막내는 게임 크리에이터(MCN)이다. 게임은 이미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고 이스포츠는 이제 막 어른이 되었고 게임 크리에이터는 곧 어른이 될 것 같다.' 지금은 이스포츠와 게임 크리에이터는 아직 부모 밑에 있기 때문에 같이 있습니다. 그런데 둘째 형이 나이상 먼저 독립하지 않을까 해요. 그다음에는 언젠가 막내도 독립하겠죠.
우리는 어디로 가는 길에 서 있는 것이 분명해요. 다만 그 길 끝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지는 잘 모르죠. 그러나 도전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계속 창의력을 발휘해야 해요. 특별히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경계에 대해서 항상 의심을 해야 합니다. 어딘가서 배워서 알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지식을 창조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른인 것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아직 애입니다. 학교에서 지식을 추구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만약 앞으로도 많은 회사들이 신작 이스포츠 종목 공개를 WCG에서 한다면 이는 이스포츠 전시회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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