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업계는 Disguised Toast 채널 운영자로 알려진 Jeremy Wang의 이야기에 한참 달궈지고 있었습니다. LCS의 2부리그인 NACL의 (사실상) 축소 방침과 관련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구단주입니다. 다만 미디어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유튜브 구독자 380만명) 채널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거고요. 그로 인해서 커뮤니티에서 크게 공론화가 되었고 매체들이 앞다투어 기사화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사로만 확인했고 오늘도 그 정도만 살펴보려고 하고 있어요.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단지) 이 정도만 확인할 수 있으면 될 듯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Jeremy Wang은 100만달러를 쓰는데 한푼도 벌지 못했다고 언급하면 영상을 시작합니다. 1월에 발로란트 프로 팀을 설립하기 위해 50만 달러를 쓴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5월에 NACL팀을 인수했습니다. 그래서 100만달러라고 이야기를 한것이지요. 이후 회계사와 나눈 이야기를 밝히고 있는데요. 100만 달러를 사용해야 하지만 수익이 발행하는 부분이 전혀 없는 마이너스 스프레드 시트를 보내왔다고 시작합니다. 수익을 왜 발생시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수익이 원래 없다고 대답했다고 하죠. 이런 대화를 나눌 정도면 어떤 생각으로 팀을 운영하려고 했는지 알만 하다 여길 수 있죠.
그러나 극적인 전달력은 있는 것 같습니다. 북미 문화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Jeremy Wang은 북미의 이스포츠 팀들은 파산했거나 파산 중이라고 언급합니다. 몇몇의 팀들은 여전히 잘나간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고 있고 어떤 팀도 건전한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하지요. PC게이머는 Jeremy Wang의 언급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스닥에 상장한 FaZe Clan이 주당 1달러 미만으로 폭락했고 이스포츠 사업보다 크리에이터의 프로필에 더 공개적으로 (사업) 초점을 맞춘다고 일종의 부연을 하고 있습니다.
50만 달러라고 하면 약 6억원 정도 되는데 북미에서 LA에서 먹이고 재우려면 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현재 북미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에요. 연준이 6월 금리를 동결했으나 이는 더 올릴 수가 없어서지 내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시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발표가 나자마자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긴축이 끝났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어떻게 마무리되던 상관없이 돈은 필요합니다. 끝나지 않아도 그 정도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만약 끝났다고 한다며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북미 LoL에서 또 1부로 진입이 불가능한 2부리그 팀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발생시키겠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가능했는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처음부터 모금을 위한 방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Jeremy Wang은 이스포츠에 스폰서십 활동을 하고 있는 에너지 드링크 회사에 접근한 내용을 공개합니다. 계약상의 의무가 끝나면 완전히 나갈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 Patreon을 열었습니다. Patreon은 후원 모금 사이트입니다. 팬들의 후원으로 운영을 해나가겠다는 의도이지요.
보통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위기라는 사실을 감추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감출 것이 있다면 감춘다고 해서 감춰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라는 이야기를 하기를 원하지요. 영어 표현 중에는 'Deserve it'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자격이라는 이야기이지요. '그럴 자격이 있어'라고 쓰면 이겨 냈을 때 이야기고 '혹은 그럴 자격이 없어' 이렇게 쓰면 반대의 의미죠. 그렇다면 무엇을 이겨낸 것일까요? 답은 어려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저런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죠.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다 보니까 돌려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게는 이렇게 씁니다. "그럴 줄 알았어!~" 우리나라 문화이지만 구차한 것이지요.
잘 나가던 회사가 잘 못 나가는 것을 보면서 위안을 받으려고 하는 것처럼도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흔한 질투도 아니에요. 저는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좀 기분이 나쁘실 수 있으나) 일종의 패배 의식이라고 봐요. 조선 말기와 일제 강점기 때의 잔재라고 생각해요. 우린 안돼! 안될 줄 알았어~ 안될꺼야~ 라는 생각이 만연해요. 그래서 그런 상황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엄청 신나해요. 나도 안되긴 했지만 너도 안될 줄 알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이것을 또 돌려서 이야기를 해요. '그 회사도 안되는 것을 보면 산업의 미래가 있나 싶어!~' 이런 식입니다. 의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결국 발목을 잡는 것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전부 (진짜 죄송하지만) 패배주의의 잔재에요.
좀 전에 북미 문화라고 이야기 했던 것 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듣고 웃을 수도 있는 것이 있어요. 이를 테면 "그럼 지금 2부 팀으로 돈을 못벌것을 모르고 인수를 했다고 말하는 거야?" 전략적으로 후원을 유치하기 위해서 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고 생각을 하려고 해도 소통 방식이 이해가 안되지요. 그런데 잠언은 생각이 많아지면 망상에 빠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생각을 좀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다 보면 네거티브 요소들은 커져가고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런 차원에서 (어떤식으로든 한점 돌파하려는) Disguised Toast의 전략은 주목을 받을만 해요.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것을 1차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은 놀라운 발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선비래서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저는 선수가 우리 팀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후원금이 필요하다고 말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여기에는 소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가 못하면 단장이 해야죠. 단장이 못하면 구단주가 해야죠. 아무도 못하면 이제 망인거에요. 왜 우리는 아이돌처럼 (선비처럼)그냥 펼쳐만 놔도 장사가 되는 장사를 못하는 건지를 물어도 의미는 없지요. 같지 않으니까요.
결론을 내리면 먼저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셔야 해요. 죄송하지만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이스포츠는 있어요. 누군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스포츠를 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을 수 있어요. 우리 업계만 봐도 지난 20년간 다 망할 것 처럼 이야기 하는 경우가 몇번이고 있어도 지금보면 다 여기저기 알아서 남아 있어요. 그걸 퍼블리셔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셔도 좋고 또 운이 좋았다고 하셔도 좋아요. 그러나 뭐라하셔도 사실은 안변해요. 그러니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벗어나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세요. 사업을 1차원적으로 접근하셔도 됩니다.
세련되지 않은 게 구차한 게 아니에요. 구차한 것이 구차한 것이죠. 후원으로 모은 돈은 생명력이 없나요? 반복 지속적이지 못할 것을 지적하고 싶을까요? 상관없습니다. 대게는 보통 돈이 없는 게 문제예요. 돈을 모을 수 있으면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그런데 온갖 이야기 다 할 수 있어요. 북미에서는 가능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안된다와 아프리카 별풍선 같은 것을 받아서 팀을 운영하는 것을 어떤 후원사가 좋아하겠느냐 같은 이야기들이 될 수도 있지요. 이런 형태로 계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거예요. 뭐를 말하면 그건 어떻다. 이걸 말하면 그건 이렇다. 이렇게 대화가 되죠.
결국 보면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아무것도 안남게 됩니다. 그리고 곧 역시 안된다는 소리를 하게 되지요. 사람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입니다. 결국 해답을 찾기 위해 모였는데 모인 이유가 없어져요.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 사업을 하는지만 기억하면 할 수 없는 게 오히려 없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성공을 해오는 과정에서 일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합니다. 일념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한가지 생각이죠. 그래서 늘 이야기 합니다. 한가지를 하거나 혹은 한두가지만 하라고 합니다. 이건 예수님도 하신 말씀이에요. (크~)
마지막으로 지표를 읽으세요. 오늘 LEC 서머 첫 경기 지표가 나왔는데 좋지 않습니다. LEC가 첫 스프링때부터 지속적으로 시청 지표가 떨어지고 있어요. 분명히 롤드컵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있어요. 더욱이 올해는 한국에서 열립니다. 생각보다 기쁘지 않은 지표를 확인할 가능성이 있어요. 북미에서 LoL의 활성화 사용자 지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요. 전체 게이머는 줄지 않고 늘어만 가는데 만약 북미 LoL 사용자가 줄어드는 추세라면 현재 그들의 흐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찾는 것은 유의미하겠죠. 저는 이스포츠에서는 블리자드에 대해서 별 좋지 못한 평가를 할지 모르지만 디아블로4를 보는 블리자드는 웃고 있을 수도 있어요.
롤드컵 지표가 만약 꺾이게 된다면 전통 스포츠는 이스포츠를 생각보다는 작은 호랑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스포츠는 블리자드의 바통을 이어받은 라이엇 게임즈에 의해 상당히 전통 스포츠의 형식에 근접하게 발전해 왔지만 생각보다 길이 잘 들여지지는 않았다고 할 수도 있어요. 이스포츠에서의 핵심은 스포츠가 아닙니다. 게임입니다. 스포츠였다면 굳이 스포츠라는 말 앞에 'e'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요. 'e'는 방식을 의미해요. 그런데 방식이 다르다면 형태도 변화하게 되는 것이지요. 미래 우리가 말하는 이스포츠는 지금과 다를 수 있어요. 우리가 그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오늘날 LoL 이스포츠가 분명히 압도적으로 상징적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이스포츠의 심장인 것은 아니에요.
지표를 보고 트랜드를 파악하는 것은 전략을 수립하는 일입니다. 사업에 대해 네거티브 요소를 파악해서 성공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과는 수준이 다른 작업이에요. 그래서 전략가가 되셔야 합니다. 더 많고 디테일한 리스크를 파악하거나 혹은 네거티브의 논리를 남보다 더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똑똑한 것이 아니에요. 아니~ 물론 똑똑한 것입니다. 그런데 필요한 작업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실패를 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우리가 가진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요. Disguised Toast가 똑똑한 애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나 보고 배울점이 있어요.
대외협력실장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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