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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Focus #18] 유니폼을 사줘야 하는 이유

by Blog.bigpico 2021. 10. 15.

오늘은 아카이브에 남긴 코멘트를 바탕으로 이스포츠 고객 객단가에 대한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 볼 생각입니다. 미리 말씀을 좀 드리면 이 이야기는 저 개인의 생각에 기반한 것으로 우리 회사의 의견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특별히 이스포츠 인사이트에서 위클리 포커스 부분은 저도 외부 기고라고 생각하고 작성을 하기 때문에 독자님들도 그 점을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떤 메시지를 전할 때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 좋은 글이 되지 못해요. 읽으시는 분들도 시간을 내서 읽으시는 것인데 생각할 만한 거리가 없다면 그것 만큼 무의미 한일은 없겠지요. 

 

그래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야기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라면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너무 공격적일 필요도 너무 자기주장을 강하게 할 필요도 없겠지요. 최대한 마일드하게 거리끼지만 읽지는 못할 정도는 아닌 수준으로 최대한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WE ARE NATION

 

가볍게 시작하면 금일 'We Are Nations' 이라는 회사에서 유럽 warehouse 오픈 및 웹사이트 재런칭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여기서 웨어 하우스라는 말은 '물류 창고'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아요. 이 창고를 만든 게 어떤 의미이길래 보도자료를 발송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간략하게 의미를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T1의 유니폼을 사고 싶다는 해외 팬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T1이 해외 유니폼 배송을 국내에서 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이게 배송비가 유니폼 가격보다 더 많이 드는 거예요. T1도 울며 겨자 먹기로 유니폼을 팔았었고 해외 고객들도 마찬가지로 눈물을 흘리면서 구입했었지요. 

 

비슷한 상황이 미국과 유럽에도 펼쳐져요. 그래서 미국에 있는 기업들이 유럽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의미가 이 웨어하우스(물류 창고)를 만드는 것이 되는 것이지요. 당연히 창고만 있어서 되는 것은 아니고요.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같이 구축이 되어야 하니까 홈페이지 리뉴얼도 같이 진행을 한 것이군요. 이 웨어하우스에는 상주 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 전역으로 구입된 상품들을 보낼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요. 반대로 보면 이 런칭은 그런 투자가 있어도 될 만큼의 수요가 이미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이 시장은 충분한 구매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쯤에서 제가 아카이브에 적은 내용을 언급해 보면,

 

최근 우리 업계에서 이 옷(특별히 유니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결론부터 다소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옷이란 누군가가 10만 원에 팔든 20만 원에 팔든 안 사고 싶으시면 안 사면 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중 누구도 애플이 아이폰을 100만 원도 넘게 받아도 헤르메스 가방을 천만 원도 넘게 받아도 그것을 문제 삼는 사람은 없지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논리적인 바운더리 안에서 가장 강하게 할 수 있는 정도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정도 일 것입니다. 그러면 그 외 이야기는 거의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들리는 이야기는 원가라든가, 소재라던가, 소비자 주머니 사정이라든가 그런 이야기들이에요. 그런데 앞서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구입이란 다 각자 자유의 영역이에요. 그래서 싸게 팔아 달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자유 국가니 말해도 됩니다. 그러나 또 자유 국가니 의미가 없는 이야기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돈을 좀 쓰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이 시장이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거의 무가치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Undeveloped, 혹은 비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유니폼을 만들어서 파는 게 이익은 커녕 손해가 날 정도예요. 

 

저는 비싸게 사주면 그 돈으로 선수 연봉 주는 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 재미있어요. 선수에게 도네이션 하는 것은 좋아해도 팀이 선수를 위해 유니폼을 팔면 그건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먹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팀은 선수 장사를 통해서 지네들 잇속을 챙기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는가 봐요. 진짜 아이러니한 것이지요. 왜냐하면 선수가 팀이 필요한 이유는 자기는 실력을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팀이 자기 대신 돈을 벌어서 자신에게 연봉을 주기 위함인데 정작 팀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 선수가 맡긴 그 일(비즈니스)을 수행하려고 하면 소비자는 그 팀을 미워한다는 것이죠.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우습지 않나요? 

 

그래 놓고 선수에게 연봉을 많이 주라고 말합니다. 대부분 이 소비자들이 하는 말씀은 '홍보 효과 누리지 않았냐'입니다. 그런데 너무 죄송하지만 그 홍보 효과라는 건 재화로 환산이 되어야 의미가 있어요. 무슨 말인가 하면 선수에게 갈 연봉 금액의 상품을 여러분이 직접 돈을 주고 사줘야 '인기' → '돈'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 외로 다른 방법은 별로 없어요. 그전까지는 선수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그 인기란 그저 무형의 가치인 것입니다. 유형(돈)이 아닌 거죠. 

 

지금 아래 보시는 이미지는 '2019 Andreessen Horowitz' 올라온 자료입니다. 저는 보통은 이스포츠 산업을 긍정적으로 묘사를 할 때 이 자료를 써요. 이를 테면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미국에 탑4 전통 스포츠는 한 명의 고객이 한해 스포츠를 위해 사용하는 돈이 평균 53.68 달러이다. 그런데 이스포츠는 3.92 달라 수준으로 전통 스포츠에 비해 매우 낮다. 그 이유는 아직 상품화가 전통 스포츠만큼 진행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우리는 지금 이 산업의 성장 속도를 보면 곧 이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요.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요. 여긴 미국이니까. 미국 사람들은 돈을 쓰니까요. 

 

2019 Andreessen Horowitz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한국에도 적용시키려고 하면 사람들이 다 웃습니다. 왜일까요? 우리는 늘 이런 것을 궁금해야겠지요. 만약에 우리가 정말로 팀이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마땅한 이유랄 것이 없어도 그렇다면 팀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토록 싫어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되잖아요. 그런데 팀이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 아셔야 합니다. 지금 네이버에 들어가서 T1의 재무 공개 한 내역을 한 번 보세요. 현실이 어떤지 매우 금방 알게 되십니다. 만약 여러분이 팀을 사랑하신다면 이대로 가면 상식적으로도 버틸 팀이 없어요. 

 

우리는 그래도 물론 T1이 바보래서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손익과 상관없이 홍보 효과 엄청나게 누렸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 홍보 효과란 말씀드린 것처럼 어디서 어딘가에서 재화로 바꿔야 효과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거예요. 그러면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죠. 어디서 돈으로 바뀌었죠? 돈이란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흘러가야 되잖아요. 내가 이 제품을 사기 위해서 물건을 구입해야 돈이 흘러가는 거죠? 어디서 어디로 흘러갔나요? 저는 모르겠거든요. 여러분들은 아시나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홍보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후원이 있는 것이지요. 결코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홍보 효과로 메워지겠지요.'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절대로 아닙니다. 100%   

 

팀들은 이런 이야기를 못합니다. 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관계자를 안 좋아하니까요. 제가 페이스북에 이런 이야기 하는 것에도 손이 떨려서 '좋아요'도 못 누르세요. 충분히 그 마음 이해하죠. 우리 다 직장인입니다. 또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젊은 우리 친구들도 저를 안 좋아할 수 있어요. 흙 파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줘야 좋아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누군가는 바른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듣기 싫은 이야기를 저보다 선배에게 또 후배에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두려움 마음이 어찌 없겠습니까. 저 역시 애 둘 아빠 직장인이에요. 그저 이 이야기가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하니까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언젠가 안개가 걷히면 사람들이 그때에는 저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이죠.

 

위아네이션이 유럽에 어떻게 웨어하우스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이유는 단순합니다. 팔리기 때문이에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팀을 사랑하는 그 누군가가 돈을 주고 사기(아니 사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G2의 옷을 파는 것입니다. 그래서 G2에 수익의 일부를 주죠. 그럼 G2가 그것으로 뭘 하겠습니까? 이런 건 너무 상식이지요.  그래서 우리도 더 사주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팀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해서 없어지면 가장 슬퍼할 사람이 누구일지를 우리는 고민해야 해요. 우리는 그런 경험이 많아요. 저도 제가 문을 닫아본 팀도 있고 본 것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우는 사람도 많이 보았습니다. 거짓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은 지금 밖에 나가서 여러분들은 더 싸게 이스포츠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옷을 살 수 있어요. 자유예요. 앞에서 제가 언급한 자유는 정말 그래서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이스포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더군다나 이스포츠가 파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훨씬 더 비싼 명 품 브랜드의 제품의 옷도 쉽게 사십니다. 모바일 게임에 현실 10만 원 정도는 우습게 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 자유에 기반한 선택이라는 것에 항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위아네이션은 이미 국내에서 나왔어야 했어요.

 

저는 지금 소비자를 탓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 생각은 우리가 이제라도 배우고 알아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대외협력실

구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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